바둑판 떠나는 센돌 "한판 잘 즐기고 갑니다"

이세돌, 국내AI 한돌과 3R
181수만에 불계패...1승 2패
24년 바둑기사 생활 마감

이세돌(왼쪽)이 지난 21일 국내 AI 한돌과의 은퇴 대국을 마친 뒤 어머니 박양례씨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인간이 진 게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다.”


숱한 명언을 남긴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36)의 마지막 한마디는 “한판 잘 즐기고 갑니다”였다. 이세돌 9단은 지난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의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NHN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치수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다.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붙어 불계승한 이세돌은 2국 호선 맞대결에서 불계패한 데 이어 치수가 다시 2점에서 덤 7집반으로 조정된 3국에서도 져 은퇴 대국을 1승2패로 마감했다. 어머니 박양례씨, 형인 이상훈 9단과 이차돌씨, 누나 이세나씨까지 가족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을 마친 이세돌은 “제가 아니라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너끈히 이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자세를 낮췄다. 승부사 이세돌을 한판의 바둑으로 비교해달라는 요청에는 “정말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라며 “예전에는 바둑이 인생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또 다른 길로 가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게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 인생의 절반 정도는 바둑이 계속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5년 입단 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된 이세돌은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여 현역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얘기는 이미 2016년 말부터 주변에 해왔다. 통산 18차례 세계 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 대회 우승을 자랑하는 이세돌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 AI와의 대결(1승4패)을 통해 알파고에 1승을 거둔 유일한 인류라는 별명을 얻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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