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비판하는 동안 성동규 여의도 연구원장이 길어진 가상의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23일 ‘4+1 협의체’가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막장 야합”이라고 크게 반발하면서도 내심 결과적으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는 눈치다. 현행 선거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도입되는 비례대표제는 ‘위성 정당’을 만들어 대응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반대를, 다른 편에서는 비례대표 표를 얻기 위한 위성정당을 만드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이 포함된 ‘4+1 협의체’를 ‘국회법에도 없는 불법 기구’로 규정하며 한국당을 제외한 선거법 개정안 합의를 맹비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된다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노리는 정당이 우후죽순 생길 것”이라면서 “예상으로는 100개가 넘는데 투표용지만 1.3m가 된다”고 비판했다. 또 “야합과 협잡으로 얼룩진 선거법은 우리 헌정사상 최악의 야합”이라며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선거법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같은 날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엉터리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지금 정부와 4+1이라고 하는 국회법에도 없는 불법 기구가 추진하고 있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이날 합의된 선거법 개정안 내용이 한국당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4+1’은 현행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수(253대47)를 그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30석에 대해 50% 의석수 연동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석패율제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국당도 석패율제로 인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한국당 지지자들에게 지역구 출마 의원은 그대로 뽑게 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위한 정당투표에는 소위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투표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법을 인정하면 공수처법 합의 반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 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반대하면서도 비례 정당을 따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국회에서 다수정당에 의해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선거법을 반대한다고 총선까지 보이콧하면 한국당만 손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한국당은 투쟁을 이어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한국당 재선 의원은 “선거법이 누더기가 되고 꼼수가 되는 것이 문제”라며 “선거법의 유불리는 전혀 논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