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시간 훌쩍 넘겨...文·習, 한한령 해제 실마리 찾았나

[한중 정상회담]
文, 내년 초 習 방한 요청하며
"양국 결코 멀어질수 없다" 당부
한중 정상, 사드 문제 논의…習 "타당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올해 한중 간 교류가 활기를 되찾아 양국 교역이 2,000억달러를 넘어선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함께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을 완전히 해제하기 위해 운을 뗀 것으로 보인다.

마침 시 주석이 내년 초 방한을 앞두고 있어 양국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시 주석은 방한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25분이나 넘겨 55분간 진행됐다. 그만큼 양 정상이 긴밀히 소통했다는 얘기로 ‘혼밥’ 논란까지 빚었던 문 대통령의 지난 2017년 방중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날도 한중 갈등의 근원이 된 사드 문제는 빼먹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베이징에서 청두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에 대해서는 시 주석이 ‘타당하게 해결되기 바란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지난번 우리 정부가 가진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은 2017년 “모든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한다”는 공동발표를 하며 사드 갈등을 ‘봉인’했지만 이날 양국 정상의 언급처럼 갈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언제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이슈다. 이에 더해 미국이 동북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메가톤급 위험요인이다. 만약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경우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 관련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 주석은 다만 지난 정상회담 때보다는 훨씬 친근한 스킨십을 보여줬다. 한국을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표현한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 어린 말”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한중은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시 주석 방한 전까지 양국이 사드 해법을 도출할 경우 ‘한중관계 완전 정상화’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베이징=윤홍우기자 양지윤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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