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미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혈맹’인 중국의 역할론을 당부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과 한국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관련기사 4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한중일 현안과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크리스마스 외교전’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당초 오전11시30분(현지시각)부터 30분간으로 예정됐으나 이보다 25분 길게 진행됐다. 이후 양 정상은 오후1시45분까지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해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시 주석은 한한령 해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 어린 말”이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다만 이날도 사드 문제를 다시 직접 거론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사드에 대해서는 시 주석이 ‘타당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사드로 촉발된 양국 간의 긴장 관계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은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을 41분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수교 30주년을 앞둔 지금 한중 양국은 함께 지켜온 가치를 더욱 심화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한일 협력을 추진할 뿐 아니라 중한 간 정치적 상호 신뢰와 실질적인 협력, 교류 촉진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문 대통령께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베이징=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