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이 23일(현지시간)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라크=EPA연합뉴스
이란이 핵합의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자국의 원자력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평화로운 목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기술한 대통령 성명서를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DPA통신에 따르면 살레히 총장은 이날 2차 계통 가동에 들어간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성명서의 명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며, 이란 핵합의의 당사국인 6개 나라가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6개국과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에 핵 개발을 중단하기로 하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미국이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 역시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수준을 축소해 왔다. 미국 정부는 이란핵합의를 실패한 협상으로 비난하며 이란에 핵 프로그램 폐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억제, 중동 내 우방 지원금지도 요구하고 있다.
살레히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수년 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역시 핵무기의 제조와 사용은 이슬람 원칙에 어긋나며, 따라서 이란에서 금지된다는 점을 명시한 칙령을 발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살레히 총장은 핵합의 당사국이 서명한 대통령 성명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보증으로 미국에 제시될 수 있으며, 미국의 대이란 재제 해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메흐르 통신은 보도했다.
살레히 총장은 이 같은 내용이 지난 주 일본을 방문한 로하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에서도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제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JCPOA 유럽 서명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에 핵합의가 파기되지 않도록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이란 국영TV가 보도했다. 살레히 총장도 JCPOA의 유럽 서명국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전히 복원한다면 핵합의에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3개국은 핵합의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징계까지 포함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중단했다. 이들 국가는 이란이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수준을 축소하자 전면적인 재제 복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