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집권한 후 7년째 절대권력을 자랑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2020년은 격동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며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과 신장 위구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 내년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따라 시 주석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눈에 띄게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6.5%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1년이 지난 올해 3·4분기에 6%로 떨어졌다. 중국 당국이 분기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국이 그동안 받아들이지 않던 미국산 농산물의 대량 구매를 결정한 배경에는 내년 ‘바오류(保六·6% 이상 경제성장률)’를 사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1%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이 수치가 5.9%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도농 주민 1인당 소득을 2010년 대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중국 정부로서는 6% 성장률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이 목표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을 포함한 현 지도부의 체면은 크게 손상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내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내놓을 2020년 중국 성장률 목표에 관심이 쏠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서명에 이어 미 하원에서 통과한 ‘신장 위구르 인권 법안(신장 인권법)’ 등 인권 문제를 놓고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강화될 수 있다. 3일(현지시간) 미 하원이 압도적 표결로 가결한 신장 인권법은 중국의 위구르 탄압을 규탄하고 관련 중국 인사들에 비자 제한 등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즉각 반발했지만 미 상원에서도 법안이 처리되면 국제사회에서 시 주석의 입지는 더욱 궁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시 주석의 대외 정책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차이 총통은 일 년이 지난 현재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며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보다 35%포인트 앞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탈중국’을 내세우던 차이 총통을 밀어내기 위해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전방위적으로 대만을 압박하다 오히려 대만 국민들의 반발을 사 반중 정서가 커진 결과다. 또 올 6월부터 본격화한 홍콩 시위에서 보인 경찰의 강경 진압은 중국이 홍콩과 같이 대만에 적용하려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거부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