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통상·기후·안보 등 전운 고조

[대예측 격동의 2020-갈등 전방위 격화]
트럼프, 통상전쟁 준비 등 강경
대서양 동맹균열 최악 치달을듯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국과 유럽 관계가 내년에는 통상·기후·안보 문제로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성사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럽과의 통상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등 다국적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가 선제적으로 디지털세 부과를 결정하자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 세금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라며 보복 절차에 돌입했다. 불공정 행위로 무역에 제한이 생기면 상대국에 보복 조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01조에 따라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상당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EU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은 내년 11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약속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이행 날짜가 11월4일이다. 특히 이날은 대선 바로 다음날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파리협약 무용론을 주장하며 유럽을 계속 자극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0월 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파리협약은 미국의 생산업체를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외국 기업에 의한 환경오염은 처벌도 하지 않고 허용해왔다”며 탈퇴 뜻을 재확인했다.

나토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양측이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은 유럽에 국내총생산(GDP)의 2%만큼 방위비를 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아직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인상에 협조하지 않으면 “무역으로 얻겠다”며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