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하원 과반 기준(326석)을 훌쩍 뛰어넘는 365석을 확보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의회의 반대 등을 이유로 추진 동력이 약해진 브렉시트의 꿈이 3년 반 만에 실체로 다가오는 셈이다. 유럽 통합으로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 깨진 만큼 브렉시트를 하나의 유럽이 붕괴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완전한 결별을 하기 위해서는 EU와의 협상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협상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 시점이 늦춰지거나 최악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총선은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야당의 도움 없이 내년 초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7월 취임 이후 브렉시트를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거부당하고 자신을 둘러싼 잇단 의혹에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면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국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 승부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로 이어졌다. 야당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속도전에 나서며 총선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20년 1월 말 브렉시트 단행 이후 같은 해 말까지 완전한 결별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존슨 총리는 2020년 말에는 브렉시트가 반드시 이뤄지도록 EU 탈퇴협정법안(WAB)도 개정했다. WAB에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2020년 12월31일로 종료되며 EU에 연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영국과 EU는 내년 1월31일 브렉시트 단행 이후 같은 해 말까지 미래관계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으며 전환기간은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새 WAB 통과로 내년 브렉시트 현실화는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새 미래관계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영국과 EU는 전환기간에 무역·안보·외교정책·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관계 협상을 해야 한다. 존슨 총리는 2020년 안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미셸 바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 등 EU 관계자들도 내년 안으로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EU는 영국에 이행기간 연장 요청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존슨 총리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존슨 총리가 내년 말 완전한 브렉시트를 고집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EU가 영국이 전환기간 연장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영국이 EU에 지급해야 하는 분담금을 줄여주는 등 혜택을 제공할 경우 관련 법안 재수정을 통해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