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의 뜻밖의 수혜자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이 대만으로 돌아오며 사무실 공실률이 현저히 줄어든데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크게 증가해 한때 하락세를 나타냈던 경제성장률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며 다음달 대선을 앞둔 차이잉원 총통도 대세를 굳히고 있다.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3년 전 10%가 넘던 대만 사무실 공실률이 현재 3%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평균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본토에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따른 결과라고 CNBC는 분석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자산을 팔아 자국으로 들여오는 기업에 세금우대를 실시하고 이들이 저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자국 기업이 중국에서 복귀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았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상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기업 또한 대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만에 대한 FDI 규모는 올 1~11월 102억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던 대만의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양호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7년 3.08%를 기록했던 대만의 성장률은 지난해 2.63%로 떨어졌다. 이에 대만 정부는 올해 자국 성장률을 2.19%로 잡았지만 3·4분기 성장률이 2.91%를 기록하는 등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자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2.5%까지 상향 조정했다.
대만의 경제지표가 예상 외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차이 총통의 재선도 점점 더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24일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차이 총통과 러닝메이트 라이칭더의 조합이 46.8%의 지지율로 한궈위 가오슝시장과 장산정 전 행정원장 조합(14.4%)을 무려 32.4%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만 해도 차이 총통이 한 시장에게 10%포인트가량 뒤졌지만 경제가 순풍을 보이는데다 중국의 전방위적 위협에 따른 반중정서에 힘입어 차이 총통의 낙승이 점쳐지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