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쥴’이나 ‘릴 베이퍼’등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 인상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 기간을 내년 5~6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일반 담배보다 턱없이 낮아 세율 인상을 통해 과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당초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완료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에 더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증세에 따른 부담을 피하고자 연구용역을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가 공동 발주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적정성 연구’ 기간이 올해 말에서 내년 5~6월로 연장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조정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20개비 기준)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0.7㎖ 기준)의 제세 부담금이 일반 담배 대비 각각 90%, 43.2% 수준으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실제로 일반 담배는 20개비 기준으로 2,914.4원의 제세 부담금(부가가치세 제외)이 붙는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20개비 기준 2,595.4원이다. 반면 ‘쥴’ ‘릴 베이퍼’와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1팟(0.7㎖) 기준 1,261원에 불과하다. 애초 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인상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중증 폐 질환 유발 논란에 따라 지난 10월 보건당국이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연구용역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에서 ‘연초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제품’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하는 법안이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용역 연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돼 있지 않은 ‘버블몬’ 등 일회용 전자담배 등에 대한 과세 여부까지 함께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증세에 따른 후폭풍을 피하려고 연구용역 완료 시점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한 세금 인상을 통해 과세 형평성을 도모하는 것은 담배의 유해성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결국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증세가 초래할 반발을 의식해 정책 결정을 연기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자체가 담배 세율의 객관적 비교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세율 인상을 전제로 수행하는 작업이 아닐 뿐 아니라 총선 일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