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모두 공수처로...'권력보위처' 우려

[검찰수사 무력화하는 공수처 합의-'4+1 합의안' 4대 쟁점]
② 대통령이 공수처장 직접 임명..."정치적 중립 보장 못해"
③ 檢 기소권 남용 우려해 놓고 공수처는 수사·기소 독점
④ 퇴직자도 수사 대상 포함...'무차별 적폐 청산' 반복 되나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 합의안’에 따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권력보위처’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낳은 것은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모두 관할하는 수사권 △정부 여당이 최소 5명을 임명하는 공수처인사위원회 구성 △수사·기소권의 독점이라는 세 가지 조항 때문이다. 공수처가 존재하는 한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할 수 없는데다 그 구성조차 중립적이지 않아서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원내대표·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날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즉각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①공수처가 현(現) 권력 수사 관할…檢은 손도 못 대=4+1 공수처법이 ‘고위공직자 수사 무력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해당 법 24조에서 나온다. ‘공수처 외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백혜련 민주당 의원 안에는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고 규정했었으나 이에 더해 검찰·경찰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통보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이 조항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모든 수사를 공수처가 관할하도록 해 공수처가 실질적으로 ‘권력보위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조인들과 야당 의원들은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중단’ 등의 수사를 예로 들었다. 검찰이 이 같은 사건들을 인지하고 수사하는데, 만약 공수처가 존재했다면 수사는 이첩돼 아예 첫발도 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여야는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②대통령이 처장 직접 임명, “대통령 휘하 檢보다 강한 기관”
=물론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우려도 기우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장 임명과 인사위원회 구성 방법을 들여다본 이들은 중립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구조에 변함이 없다. 4+1 합의안 4조는 ‘공수처장을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후보추천위가 2명을 후보로 올리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이는 결국 대통령이므로 복수 후보 추천이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현 상태의 공수처를 만들면 대통령 휘하에 검찰보다 강력한 기관이 나타날 수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인사위원회에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졌다. 인사위는 총 7명으로 구성되며 패스트트랙 원안에 따르면 공수처장과 차장,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과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한 3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4+1 합의안의 인사위 구성을 보면 공수처장·차장은 그대로지만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라지고 처장이 위촉한 전문가가 새로 추가됐다. 인사위에서 삭제된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반면 전문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위촉한다. 인사위 구성이 대통령 권력에 더 종속된 셈이다. 최소 다섯 명까지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채워넣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인사위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위원이 과반수가 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의체는 대통령의 직접 관여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도 추가했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4+1 합의안 3조 3항에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다만 문제는 청와대가 여당이나 법무부 등을 통해 의사를 드러내는 ‘간접 관여’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이다.

③檢 기소권 남용 우려했지만…공수처는 수사·기소 독점=애초에 검찰의 기소권 남용 등을 이유로 만들어졌던 공수처지만 수정안을 보면 원래의 취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소권 독점은 금태섭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도 반대했던 사항이다. 당장은 민주당 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고 야당이 되는 순간 공수처의 칼날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소심의위원회’를 두는 안을 제안했으나 4+1 합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 법안 14조에는 기소심의위가 공수처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공수처의 무리한 기소를 막기 위한 조치다. 4+1 합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4+1 참여자들은 국민배심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기소심의위가 해당 사안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수사 후 빠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하는 기소 특성상 기소심의위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알려졌다.

④‘퇴직자’도 수사 대상…‘무한 적폐청산’ 반복되나=현직뿐 아니라 전직 고위공직자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은 규정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수처가 전직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적폐청산’에 동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보다 수사 단서가 많고 증거 수집도 더 쉬워 수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4+1 합의안에 따라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이 끊임없이 수사·구속되는 한국 정치의 병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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