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심재철(왼쪽)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원내대표-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주영(가운데), 원유철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대정부 투쟁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큰소리는 쳤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막지 못한 데 더해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황교안 대표마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탓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을 막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 60명이 검찰에 고발됐고 아예 논의에 참여도 하지 않은 선거법은 강행 처리될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검찰개혁법안 통과도 막을 수 없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애초 대여 투쟁 전략을 잘못 짰다는 불만의 화살을 지도부로 돌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참여한 4+1 협의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빼고 합의한 선거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에 반발해 무제한 토론을 통해 표결을 합법적으로 막는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법안은 회기가 바뀌면 표결해야 한다. 26일 새 회기에서 선거법은 4+1의 공조하에 통과가 확실해지는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고위공직자범죄수차처, 검찰경찰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법도 필리버스터와 회기변경을 거치며 모두 4+1이 강행 처리하게 된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패스트트랙 정쟁에서 “완패했다” “실패한 전략”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때 폭력 사태를 겪으며 법안 자체를 ‘불법’으로 프레임을 짜고 싸워왔다. 또 ‘불법’으로 규정한 법안이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도 아예 참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른미래당과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을 껴안고 법안을 수정해 상정, 곧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논의할 7~9월에 장외투쟁에 집중했던 탓에 아예 출구가 사라져버렸다”며 “한국당이 합의해서 처리했으면 고발된 의원 60명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도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을 다시 또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선의원은 “(지도부를) 비판하는 중진 의원들은 그간 무슨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도 “패스트트랙은 제1야당이 당내에서만 싸웠으면 더 밀렸을 것”이라며 “극단적인 투쟁에도 민주주의 절차마저 무시하며 법안을 밀어붙이는 여당에 대한 비판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단일대오가 흔들리는 가운데 황 대표의 입원은 또 다른 대형 악재다. 25일 한국당에 따르면 전날 병원에 입원한 황 대표는 이날 공식일정을 모두 비웠다. 당 지도부 가운데서는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정국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삭발과 단식, 본회의장 무기한 농성, 대규모 규탄대회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지만 괄목할 만한 지지율 제고는 이뤄지지 않아 장외 투쟁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단식과 같은 강한 카드를 너무 일찍 뽑았다”며 “말 그대로 이제 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