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관측되는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검찰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로부터 고위공직자의 비위 첩보를 즉시 통보받게 되는 공수처가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검찰에 회신한 뒤 실제로는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검찰은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4면
4+1안은 공수처 외에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안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범죄 등 사실의 통보를 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공수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모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돼 있는 법안에는 없는 내용으로, 이번 합의 과정에서 새로 들어간 것이다. 쉽게 말해 수사과정에서 확보되는 첩보와 수사 개시권을 전부 공수처가 갖도록 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는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첩보는 물론 사건도 (공수처에) 넘겨야 하는 마당에 어느 검찰이 고위공직자 문제와 연계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겠느냐”며 “공수처가 수사를 하겠다 하고 안 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이냐”고 우려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장치가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합의된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가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여당 외 교섭단체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정의당 등 친여 성향의 정당이 야당 교섭단체가 될 경우 후보 자체가 친여 인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합의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수처의 기소권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의안은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했다.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하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기관”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이 더 강해질 것이다. 여권의 눈 밖에 난 고위공직자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수사가 무력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김인엽·구경우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