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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리스국보(001140)는 흥아해운 최대주주인 페어몬트파트너스와 리얼리티아이파트너스 지분 14.05% 매입 잔금인 105억원을 납입하지 못했다. 카리스국보는 해당 주식을 인수하는 주식매매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지난달 맺고 24일까지 자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카리스국보는 흥아해운 이 1977년 인수한 국보운수가 전신이다. 43년간 한 그룹에 있었지만 경영 악화가 이어지자 흥아해운 은 지난 4월 국보운수를 제이에스2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매각했다. 자회사였던 국보가 모회사 지위를 확보할 뻔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카리스국보의 잔금 미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경영권 재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올해 3·4분기까지의 누적 손실액은 39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3,039%까지 치솟았고 대표적인 안정성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2017년 초 4,266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497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알짜 자산 매각에 돌입했다. 지난 8월에는 매출 비중의 80%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화물 해송운송 부문을 분할했다. 400억원 규모의 사채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상환하기 위한 조치였다. 흥아해운 은 해당 사업 부문의 지분 90%를 장금상선에 360억원을 받고 팔았다. 해외 자회사인 흥아물류(상해)유한공사 지분 100%와 흥아쉬핑(태국) 지분 49%도 처분 대상이다. 지난 6월에는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대지 및 건물을 630억원에 팔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1961년 설립한 흥아해운 은 한·일 항로를 시작으로 중동, 홍해까지 사업을 확장했지만 무리한 선박도입과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1985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1999년에 졸업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항로에 집중하며 사세를 재건하는 듯했다. 2016년만 하더라도 매출 8,317억원에 영업이익 59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공중분해를 전후로 한 해운업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듬해 영업손실(13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손실 규모는 376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달 초 한국신용평가는 사업기반 약화와 유동성 위험 확대를 근거로 흥아해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안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낮췄다./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