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합법 대부업...서민, 사채로 몰린다

상반기 대출 잔액 16.7조로 0.6조 축소
이용자수 200만명 턱걸이
최고금리 인하로 마진 줄자 저신용 대출 줄여
4~6등급자 대출 비중 1.2%p↑, 7~10등급은 1.2%p↓


합법 대부업 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마진이 줄자 저신용자 대출을 줄인 여파로 풀이된다. 경기는 안 좋아 돈이 필요한 서민은 늘어나는데,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마저 높아져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이용자 수는 6월 말 현재 200만 7,000명으로 지난해 말 221만 3,000명에서 20만 6,000명(9.3%)감소했다. 이용자 수는 2015년 말 267만 9,000명이었지만 3년 6개월 만에 60만 명 이상 쪼그라들었다. 대출잔액도 16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억원 줄었다. 등록업자수는 8,294개로 같은 기간 16개 감소했다.

당국은 “2014년 대부업자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올해 6월 말까지 대출잔액을 40% 이상 감축하는 승인 부대조건을 부과했고 대출심사를 강화했으며 서민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서민정책금융 공급액은 지난해 7조 2,00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 8,000억원이었다.


당국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부업자들이 마진이 줄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부업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했다. 돈을 빌려줘도 받을 가능성이 낮고, 얻을 수 있는 이자도 예전만 못하자 아예 대출을 꺼렸고 이것이 대부업 이용자 수 및 대출잔액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을 신용등급별로 나눠서 보면 4~6등급은 39만 8,0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0명(1.2%)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7~10등급은 98만 2,000명으로 7만 3,000명(6.9%)이나 쪼그라들었다. 전체 대출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4~6등급은 28.8%로 1.2%포인트 오른 반면 7~10등급은 71.2%로 1.2%포인트 감소했다. 서민의 ‘보루’인 대부업마저 4~6등급자 대출을 늘리고 7~10등급 대출은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산와대부(산와머니)는 지난 3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다른 업체들도 폐업을 하거나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경기는 안 좋은데 합법적인 대부업에서도 돈을 빌릴 길이 막히자 급전이 필요한 계층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최근 대부업 이용자 2만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부업체에서 대출 거절을 당했다는 비율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줄어 대부업 시장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거절 당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출자의 평균 금리는 18.6%로 작년 말보다 1%포인트 내렸다. 당국은 “최고금리 인하, 담보대출 증가 등으로 평균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100억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8.3%로 1%포인트 올랐다. 대부시장 축소로 분모에 해당하는 대출잔액은 감소한 반면 분자에 있는 연체액은 늘어난 결과다. 연체 규모는 1조 1,574억원으로 907억원 증가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등 제도 변화가 대부업자 영업환경 및 저신용자 신용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저신용 차주의 자금이용에 어려움이 없게 서민정책금융 프로그램 공급 여건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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