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시언의 새로운 얼굴..고민과 고뇌를 담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첫 주인공 도전

“배우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로 생애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배우 이시언은 “주연이어서 선택한 작품이 아닌,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지점이 많았던 영화라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채정호(이시언 분)가 아내 미영(왕지혜 분)을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블랙아웃 스릴러물이다. 희나리 작가의 2010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얼간이’ 캐릭터인 털털하면서도 코믹한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이시언은 “인물의 고민과 고뇌를 담은 연기를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배우로서 갈증을 내비쳤다. 이어 “근데 감독님들이 제게 다른 역을 맡긴다는 건 도박 같을 수도 있다. 뭔가 검증이 안 됐고 확인이 안 됐으니 기회가 많이 없었던 건 맞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하라 감독의 도전의식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시언은 ‘아내를 죽였다’를 통해 외적 변신을 꾀한 것은 물론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하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이시언은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부터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며 변해가는 ‘정호’라는 인물의 심리를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로 담아냈다.

안 해본 연기라 궁금하고도 흥미로웠던 현장이었다. 하지만 실제 영화 현장은 예산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배우는 그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을 많이 해야했다.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정호’를 연기하기 위해 이시언은 자신이 그 상황에 빠졌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는 “정호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이시언이라는 사람이 술을 먹은 다음 날 일어났는데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몰린 것이다. 인물의 내면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데뷔 10년 만에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첫 스크린 주연을 꿰찼지만 이시언의 드라마 주연 영광은 이미 10년 전에 이루어졌다. 곽경택 감독의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을 통해 주연으로 데뷔한 것.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시언의 기억 속에 곽경택 감독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은인으로 남아있다. 그는 곽경택 감독을 통해 “ 배우로서의 기본과 근본,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성격을 지닌 이시언의 연기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또 한 명은 바로 유아인이다. 영화 ‘깡철이’ 로 호흡을 맞춘 유아인은 ‘배우가 유연하게 연기하는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영화 ‘깡철이’ 촬영 당시 나는 이렇게 해석을 했는데 상대방은 그 느낌이 아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촬영 전에 준비를 하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정답을 정말 많이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유아인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유아인이 내 마음을 꿰뚫고 있더라. 그때부터 유연하게 연기하는 방법들을 훈련했다. ”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았지만 마음가짐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가 나오니 책임감이 조금 더 커졌을 뿐이다. 그는 ”조연이었을 때 내 것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사실 조연이었을 때 더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며 ”조연이라고 딸려가자는 느낌으로 연기해본 적 없고, 주연이라고 다른 이들을 끌고 가자고 연기한 것도 아니었다“고 소신을 전했다.

‘나 혼자 산다’ 예능 출연으로 각인된 코믹한 이미지는 배우에겐 양날의 검이다.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을 열어주기도 했지만, 예능인이 아닌 배우인 이상 역할 선택에 제한이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얻은 게 훨씬 많아서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영향 역시 배우 스스로 이겨 나가야 할 몫이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시언이 배우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건 ‘허세 부리지 말자’다. “ ‘깝죽거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내가 잘나서가 아닌, 늘 내가 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타성에 젖어선 안된다. 언젠가는 이 사랑과 관심이 덜 하는 날이 올 텐데, 허세를 부린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허세 부릴 정도의 인기도 아니지만요.”

[사진=KTH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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