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의 13%는 철·단백질 같은 영양소 섭취 부족으로 인한 영양성 빈혈이고 절반 이상이 권장량에 미달하는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달걀 등 단백질 식품 섭취와 함께 운동으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새해에는 체중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몸 맵시를 좋게 하기 위해, 불어난 체중 때문에 입던 옷을 못 입게 돼서, 무릎이 시큰거려서, 혈압·혈당을 낮추기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주의할 게 있다. 웨인 캠벨 미국 퍼듀대 식품과학과 교수는 “체중감량을 위해 음식을 덜 먹더라도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의 섭취량은 유지하거나 적당히 늘리고 탄수화물·포화지방을 함유한 음식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벨 교수팀이 영양 관련 주요 연구논문 18개를 선정해 단백질 섭취량과 근육량 변화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체중이 줄거나 늘어나지 않은 사람은 단백질을 권장량(체중 10㎏당 하루 8g)보다 많이 섭취해도 근육량의 변화가 없었다. 영양과잉 시대여서 많은 성인이 단백질을 권장량보다 과다 섭취하는 실정이다.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단백질은 비만 위험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근육량·면역력 유지에 필수적”이라며 “다만 고기를 즐겨 단백질 섭취량이 권장량을 웃돌고 동물성 단백질이 전체의 3분의1을 웃돌면 살이 찌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백질 섭취 권장량, 체중 10㎏당 하루 8g=단백질을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체중감량 중이거나 근육강화 훈련 중인 일부에 불과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과 피부·혈액 등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최고급 단백질로 알려진 달걀은 물론 육류·유제품·견과·씨앗류·콩 등에 풍부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3%는 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단백질 같은 영양소 섭취 부족으로 인한 영양성 빈혈상태다. 특히 비타민 A·B1·B2와 단백질·철·니아신 섭취량이 권장량을 밑돌았다. 이런 노인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1.7배, 심근경색·협심증 발병 위험이 1.6배 높았다. 장경자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3,258명을 분석한 결과다.
장 교수는 “전체 노인 빈혈의 30∼40%가 영양성 빈혈, 이 중 3분의2가 철 결핍성 빈혈”이라며 “노인은 단백질·철·비타민B2 등 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혈(造血) 영양소가 풍부한 달걀·육류·과일 등의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0세 이상 연령층 가운데 남성은 48%, 여성은 60%가 권장량을 밑도는 단백질을 섭취한다거나, 이들 중 단백질 섭취량 상위 25%가 하위 25%보다 날씬하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박 교수는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지방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쉽고 포만감을 늘려 추가적인 에너지 섭취를 줄인다”면서 “특히 고단백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나오는 식욕 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공복감을 줄임으로써 체중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달걀 150g(44~52g 중란 3개)에는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의 39%(20g), 비타민B2의 63%(0.8㎎), 철의 14%(1.8㎎)가 들어 있다. 쇠고기 등에 비해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드는데 이를 최소화하려면 운동과 함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달걀의 최고급 단백질과 지방은 피로를 이겨낼 힘도 준다. 식감이 부드러워 구강 통증을 호소하는 암환자의 영양보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골국, 저열량·고단백에 칼슘·마그네슘 등 풍부=소뼈를 넣고 끓인 사골국은 담백하고 깊은 맛의 저열량·고단백 식품이다. 100g의 열량은 46㎉로 적은 편이지만 단백질 2g, 지방 0.6g, 탄수화물 7g, 식이섬유 0.4g이 들어 있다. 한국인에게 부족한 칼슘·칼륨·마그네슘도 풍부하다.
소뼈를 고는 과정에서 연골과 결합조직은 천연 콜라겐·젤라틴 단백질로 바뀐다. 단백질은 뼈·근육·연골·피부·혈액의 구성 성분이자 면역력과 관련된 항체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콜라겐은 피부 탄력과 보습에 좋다. 젤라틴은 근육·관절 건강을 돕고 장 흡수가 잘된다.
반대로 주의해야 할 식품도 많은데 가공식품이 그중 하나다.
김우경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중 1만5,760명의 식품 섭취 실태를 분석해보니 전체 식품 섭취량 중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했다. 하루 총 식품 섭취량 중 가공식품의 비중은 남성이 67%(1,807g 중 1,209g), 여성이 63.5%(1,425g 중 905g)를 차지했다.
가공식품은 입맛을 돋우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는 경향이 있어 나트륨 섭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를 웃돌았다. 가공식품을 통한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층은 30∼40대였고 50대 이후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심혈관질환·위암 등의 원인이 되고 콩팥병·비만·골다공증에 영향을 미친다.
국·탕·찌개·라면 등을 즐기는 우리나라 국민은 그러잖아도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4,878㎎(소금 기준 1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 2,000㎎(소금 5g)의 2배가 넘는다. 큰 숟가락으로 소금을 소복하게 푼 양과 맞먹는다. 하루 소금 권장 섭취량은 1티스푼 미만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들은 천연식품보다 가공식품을 통해 훨씬 많은 열량과 대부분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건강한 가공식품 섭취·선택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