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자들 눈높이는 프리미엄인데...타깃 마케팅 못하는 우리기업

K뷰티 '과거의 영광'에 취해
가성비 전략 치중하다 '쓴맛'
현대·기아차는 세단만 고집
현지 SUV선호 변화 못읽어
고부가상품 등 필살기 없어
중국 기업들에 역전 빌미도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은 지난 2017년 점유율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2018년엔 시장 점유율 0.8%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심윤섭 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고, 고가 라인 판매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며 “현대차 역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택시의 대명사가 되면서 고급 브랜드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현지 기업들의 성장 속도를 과소평가해 역전의 빌미를 내주기도 했다. 이마트는 중국 진출 초기인 1990년대 상하이를 중심으로 점포 확장 전략을 폈다. 당시 별다른 경쟁자가 없던 이마트의 대형 할인매장은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사업모델을 베낀 현지 경쟁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사정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어느 지역에서든 1.5㎞ 반경 내에 대형마트가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한국 업체들과 비슷한 형태의 점포를 열면서 자국 프리미엄을 활용해 더욱 저렴하게 상품을 조달했고,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관계)’ 문화 이점을 살려 한국 업체들보다 낮은 임대료에 점포 계약을 했다. 한국 업체들은 가격과 비용 경쟁력에서 현지 업체들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야만 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통업체들은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을 편 현지 업체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한국 마트들에서만 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 즉 필살기가 없었던 것이 패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정치적 리스크’도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무역 무기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자국 기업에 유리한 중국 정부정책, 미·중 무역 분쟁 등 산재한 이슈들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중국 내 4번째 공장인 창저우 허베이 4공장을 지을 생각이 없었다. 현대차가 애초 원했던 중국 네 번째 공장은 현재 다섯 번째 공장 입지로 밀린 서부지역 중심 충칭이었다. 하지만 일자리와 세수를 위해 공장을 세워 달라는 허베이성의 제안을 물리치기 어려웠다. 최종 승인을 해줘야 하는 중앙정부도 허베이성의 이런 반발을 의식해 차일피일 승인을 미뤘다. 현대차는 ‘울며 겨자먹기’로 허베이 4공장을 지어 충칭 공장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롯데 선양 프로젝트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된 대표 사례다. 롯데가 2조~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던 랴오닝성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사드 배치 직후인 2016년 12월부터 중국 당국이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공사를 불허한 탓에 1조5,000억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단기적인 전략에 좌지우지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중국 시장을 한국 입장에서 외면할 수도 없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높여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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