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투자대상은 오피스 빌딩이 최다...공실률 가장 먼저 살펴봐야

[김동엽의 은퇴와 투자]
상장 리츠로 퇴직연금 불리는 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쇼핑몰·아울렛 투자 리테일 리츠 '마스터 리스' 조건 점검을
물류센터·임대주택 리츠, 전자상거래 증가·정책 수혜로 주목
은행·보험에 맡긴 퇴직연금·IRP는 증권사로 적립금 옮겨야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 투자자들 사이에 이슈가 됐던 금융상품을 고르라면,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달부터 퇴직연금 적립금을 상장 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눈에 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임대료와 개발 관련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는 리츠에서 발생한 수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하도록 하고 있다. 리츠에 투자하면 부동산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서도 건물주가 누리는 수입을 확보할 수 있어, 저금리 시대의 유용한 투자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국내 리츠의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5~1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이 2000년, 싱가포르가 2002년, 홍콩이 2003년에 리츠를 도입했던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국내 리츠 도입이 늦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일반투자자에게까지 리츠에 투자할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태껏 출시된 대부분 리츠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리츠였다. 2018년 기준으로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상장된 리츠는 전체 219개 리츠 중 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공모 리츠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배당투자 수단으로 상장 리츠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에 상장된 리츠의 공모주 청약에서 일반 투자자의 청약증거금이 무려 12조 5,000억에 달했었다. 공모 리츠의 경우 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한다. 일단 상장되면 일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올해 상장리츠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4억원으로 지난해(13억원)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다.


앞으로 근로자 등 일반투자자가 상장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월18일 개정 공포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규칙에서,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상장 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에는 확정급여형(DB형)퇴직연금에만 허용되던 것을 DC형과 IRP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낮아지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 동안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5년 2.15%였던 수익률이 2018년 1.01%까지 떨어졌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가 원리금보장상품에서 편중된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정부 당국이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적립금운용규제를 개선하기로 한 것인데, 그 중 하나가 상장리츠 투자를 허용한 것이다.

리츠에 투자할 때는 투자대상 부동산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리츠의 전통적인 투자대상은 오피스 빌딩이다. 오피스 리츠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공실률이다. 오피스 리츠의 주된 수입은 임대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같은 권역 내에서도 오피스마다 공실률 차이가 크다. 따라서 현재의 임차인 구성현황과 계약내용을 꼼꼼히 살펴 현재의 공실률뿐만 아니라 미래 공실 발생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등 소매업에 활용되는 리테일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가 늘어나고 있다. 리테일 리츠에 투자할 때는 ‘마스터 리스 계약’ 여부와 조건을 살펴야 한다. 마스터 리스란 하나의 자산관리업체가 건물주한테서 부동산을 통째로 임대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하면 일부 임차인 때문에 임대수입이 불안정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상장된 리테일 리츠는 모두 마스터리스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도 있다. 호텔 투자는 임대수입이 아니라 운영수익에서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부동산 투자에 비해 까다롭다. 임대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수입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한데 반해, 호텔을 운영해 얻는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통상 호텔 매출의 70~80%는 객실에서 창출되고, 나머지 20~30%는 음식료 판매 등 부가서비스에서 나온다. 오피스, 리테일, 호텔 이외에도 전자상거래 증가의 수혜를 받는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리츠와 가구 증가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정부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임대주택 리츠도 주목해 볼만하다.

상장리츠에 투자하려면 주식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은행이나 보험사에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이 맡겨져 있다면, 상장리츠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로 적립금을 이체해야 한다. 먼저 퇴직연금부터 살펴보자. 회사에서 복수의 금융기관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중 상장리츠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가 있으면, 해당 증권사로 적립금을 이체하면 된다. IRP 적립금은 가입자가 원하면 상장리츠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로 방문하면 바로 이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