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경제입법...이런 국회 다신 없길"

[경제단체장 신년사]
■답답함 토로 박용만 상의 회장
"국회,공무원 등이 규제개혁막아
20대 국회 입법률 30%로 최악
'소극행정' 공직사회는 눈치만
한계기업 느는데 혁신 길 잃어
내년엔 대립적 프레임 벗어야"


“벤처사업가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젊은이가 고생하니 결자해지하자는 심정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몇천 번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고쳐보겠다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층에 위치한 회장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신년 인터뷰 도중 규제개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쳤다. 9월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버려진 자식 같다”며 울분을 토했던 박 회장이 지난 1년간 느꼈던 답답함이 눈물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박 회장은 새해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의 모든 장벽을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다가올 미래에 선진국들과 비슷한 정도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기득권에 대한 장벽이 그대로 존재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약간의 위험만 있어도 절대 안 된다는 의식이 너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춘의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미국은 10대 기업이 10년간 7개가 바뀐 반면 우리나라는 2개만 바뀌었다. 박 회장은 “이런 현상을 타개할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경제주체들이 대립적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가 생존을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는 상황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를 향해서는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박 회장은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됐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동물국회·식물국회·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은 30%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비해 움직이지 않는 공직 사회의 모습도 혁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 공직에 있는 분들이 여러 이유로 인해 소극적인 행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민간업계가 규제받는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모든 규제에는 피해자가 있고 수혜자가 있는데 정책 감사로 잘잘못을 지적할 이슈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다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 문제를 이해집단끼리의 충돌로만 보고 합의해 오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가 직접적인 역할을 맡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규제인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서도 “대형마트 규제는 이미 실효성을 거의 잃어버린 정치적인 제도”라고 일갈했다.

박 회장은 사회 곳곳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미래 세대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세대교체는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 회사에 들어온 신입 사원들에게 등산을 시키고 40시간 행군을 시킨다고 뭐가 되겠나. 그런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몇 시까지 솔루션을 내와라 하는 게 극기 훈련이다. 솔루션이 나올 때까지 태클하는 현명한 근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 파트너로 사실상 대한상의를 선택하면서 올 한 해 박 회장의 보폭이 커졌고 대한상의의 존재감도 한층 커졌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재계 맏형’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없는 서열을 만드는 평가”라면서도 “다만 책임감이 굉장히 커져서 이전에는 잘못 말해도 다섯 명(경제 5단체) 중 하나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서 굉장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정치 참여설에 대해서는 “자격도, 의사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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