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2010년 완공한 태국 PTT GSP-6 프로젝트 전경 /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석유화학 플랜트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던 기본설계(FEED) 분야까지 업역을 확대하면서 차별화된 수주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4분기에 매출 1조6,356억원, 영업이익 998억원, 순이익 70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3%, 18.1%, 28.2% 증가한 수치다. 누적 실적도 매출 4조6,126억원, 영업이익 3,188억원을 기록해 올해 초 목표로 세웠던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을 3개분기 만에 조기 달성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4분기 실적 예상치도 대거 끌어올리고 있다. DB금융투자는 매출 1조7,301억원, 영업이익 1,0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6%, 9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매출 1조8,070억원, 영입이익 1,09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의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고 있다.
탄탄한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주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주당 1만2,400원이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난해 말 1만7,600원으로 40% 이상 상승한 데 이어 올해 27일 현재 1만9,250원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 개선된 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에 증권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려 잡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연초 수주 모멘텀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기존 2만4,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8.3% 상향 조정했으며 DB금융투자도 목표주가를 2만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개선은 풍부한 수주 파이프라인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때 해외 사업이 위축되면서 큰 폭으로 줄었던 수주 잔고가 올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3·4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11조2,000억원으로 2018년 매출(5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2년 치가 넘는 일감을 미리 확보했다. 올해도 수주 가능한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6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확보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및 수주 실적 개선세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차별화된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주로 단순 도급 EPC(상세설계·조달·건설) 프로젝트에 집중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EPC의 앞단인 FEED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FEED는 프로젝트의 기본설계와 견적산출의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으로 프로젝트 경험과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유럽 건설사들의 전유물이었다. EPC에 비해 금액은 적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수익성이 높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발주처간 네트워킹과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EPC 마케팅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특히 실제 EPC를 수행할 때도 최적화 설계 등 프로젝트 수행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7월부터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의 자회사 PTI-ID(PEMEX Transformacion Industrial)가 발주한 1억4,000만달러 규모의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2·3번 패키지의 1단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데 여기에는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일부가 포함돼 있다. 최근 발주처가 ‘일부 주요 기자재 발주’를 삼성엔지니어링에 맡겨 계약금액을 늘리면서 향후 EPC 전환 시 최대 25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멕시코 뿐만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PTTDLM 석유화학 플랜트의 FEED를 진행했으며,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메탄올 플랜트와 우즈베키스탄의 비료 플랜트에 대한 FEED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FEED 설계 수주를 바탕으로 EPC 전환을 기대하고 있어 추가 수주도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동화·모듈화 등 신기술과 신공법을 지속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건설로봇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덕트 내부 접합로봇을 개발해 실제 업무에 투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상용화 로봇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또 드론·레이저 등을 통한 시공 확인, PC(Precast Concrete) 공법 등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현장에 적용 중이다.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내년 전망은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내년 신규 수주 규모를 8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업체들이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글로벌 정유시설의 신증설, 아시아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투자가 늘어나는 등 내년 글로벌 발주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도스보카스,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등 수주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주 모멘텀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