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해외만큼 주주환원정책의 주가 부양 효과가 없는 게 현실이죠.”
올 한해 증시도 갈무리되는 최근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정책 발표 이후 주가 부양 효과에 대해 묻는 기자의 말에 증시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이다. 그럼에도 올해도 상당수 상장사가 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주주환원을 택했다. 올해 한국 증시는 유독 ‘저평가’에 시달렸다.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부진한 주주환원정책도 꼽혔다. 하지만 실제로 주가 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들여다보면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터 든다.
올해 KB금융은 금융업계 최초로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6일 KB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가는 발표 당일(6일)부터 3거래일간 3.5% 올랐고, 이마저도 주식 소각 이후 변경 상장일인 27일에는 주가가 2.73% 내렸다. 금융지주 중 가장 낮긴 하락 폭을 기록했지만, 배당락일(27일) 주가 하락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지난 3년간 4,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현대모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4월 26일 2,6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지만, 이튿날 3.76% 상승한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주환원정책의 효과가 없다면 상장사는 자사주 매입 정책 등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투자자 역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재평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상장사의 주주환원 증가가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위한 ‘충분조건’이라면, 이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과 관심은 ‘필요조건’인 셈이다. KB금융의 지분 66%를 소유하는 외국인은 올해 배당락일에도 오히려 지분을 늘렸다. 배당 기준일(26일)까지 대거 지분을 늘리다 배당락일 30만주 가까이 팔아치운 국내 기관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올해 증시 거래일도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글로벌 상승세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한 한국 증시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면 국내 투자자도 내년부터는 단기 차익 투자를 좇기보다 주주환원정책을 고려한 장기 투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