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거점형 키움센터 3호’ 설치를 추진하는 종로구 교북동의 한 빌딩. /변재현기자
서울시가 맞벌이 가구의 부모가 가정으로 돌아올 때까지 초등학교 자녀를 맡아주는 ‘키움센터’를 월세 5,500만원의 고가 빌딩에 설치하려 하고 있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서울시는 설명했지만 ‘가정·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돌봐 부모의 걱정을 던다’는 초기의 정책 의도와는 딴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굳이 ‘돌봄 랜드마크’를 설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30일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달 김 의원에게 보고한 ‘아이돌봄담당관 주요 현안보고’에는 거점형 키움센터 3호를 서울 종로구 교북동에 설치하기로 하고 대상지를 확정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서울시는 총 8층짜리인 이 건물의 2~6층 연면적 1,204㎡를 임차하기로 했으며 잠정 임대료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500만원이다.
거점형 키움센터 유치에 응모한 종로구는 잠정 임대료에 대해 건물주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주가 값비싼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 건물이 ‘교통의 요지’에 있기 때문이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독립문역 사거리 바로 옆에 위치해 광화문과 신촌 어디로든 나갈 수 있다.
초등학생 대상 온종일 돌봄을 위해 대규모 거점형 키움센터가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키움센터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이 퇴근 전에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방과 후부터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아이를 위탁하는 돌봄 서비스다. 김 의원은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학교·가정과 가까운 곳에 최대한 많은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며 “막대한 임대료를 부담해가며 ‘돌봄 랜드마크’를 굳이 건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점형 키움센터는 아이들에게 전문적 예술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며 “지역에 산재한 키움센터에서 버스로 아이들을 이송해 교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하교 후 부모님이 귀가할 때까지 4~5시간 동안 아이들을 왕복 이송한 후 교육하면 얼마나 양질의 수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감정가를 토대로 건물주와 협상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로구의 공인중개사를 찾은 결과 이 건물의 평당 월세 시세는 15만원으로 한 층에 약 1,050만원, 보증금은 약 1억원에 해당한다. 다섯 개 층을 임차한다면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500만원은 그다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건물주는 이 건물을 분할 임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관리비까지 생각하면 한 층에 월 1,500만원의 월세를 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