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과연 정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다. 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취지에서 설립이 추진되나 마땅한 견제기구는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28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도출한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공수처에 즉각 통보해야 한다’는 독소조항까지 포함돼 자칫 정권 입맛에 따라 수사를 선별하는 또 다른 ‘검(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1 협의체가 ‘수사 기관이 고위 공직자 관련 범죄를 인지해 이첩해도 공수처가 수사를 무마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공수처 설치법에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즉시 회부한다’는 내용을 담기로 합의했으나 걱정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 정권 측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해 정부·여당이 날 선 시선을 보내고 있는 터라 성역 없는 고위 공직자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혹여 정권 실세 등 보호막이나 정적 제거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4+1협의체 수정안대로) 검찰이나 경찰이 인지한 범죄를 공수처가 통보받아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를 결정할 경우 이는 말 그대로 ‘엿장수 맘대로’식 수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장을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지만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정부 여당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라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제대로 된 통제장치가 없어 공수처가 엇나갔을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와 같이 국민들이 광장에 나와 아우성치는 사태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수처 설치가 수사·기소권이라는 칼을 양손에 쥔 거대 권력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윤소하 의원이 낸 수정안에는 공수처가 수사·기소권을 모두 지닌다. 이른바 검찰에 버금가는 새 권력기구의 탄생이다. 게다가 공수처가 구조상 검찰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어 정치 중립·독립성 확대, 비대한 권력 분산 등 검찰개혁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공수처가 검찰보다 더 비대해진 권력을 가질 수 있는데다 견제기구마저 없어 정치적 중립성조차 지키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이는 애초 검찰개혁 취지에서도 논리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 의견에 맞서 일각에서는 공수처 설치가 실보다 득이 많다고 주장한다. 공수처가 수사·기소권을 동시에 지닐 경우 자연히 검찰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지고, 또 검찰에 집중된 권력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기소독점주의가 문제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제기된 사항”이라며 “그만큼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중립성에 대해서도 현재 수정안 등에 대통령·청와대의 관여를 금지하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가 있다”며 “다만 공수처장 임명 등 정권 개입의 우려가 있다는 것은 귀담아들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공수처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검찰이 그동안 정치 중립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또 자신들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원인이 검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기소권을 공수처가 동시에 가진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안현덕·하정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