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 수요일] 동백이 활짝,

- 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오호라, 요 귀여운 사자들 모가지를 툭툭 꺾을까보다. 여보, 머리에 사자를 꽂아줄까. 얘야, 어깨에 사자를 얹으려무나. 이 붉은 꽃송이가 모두 사자란 말이렷다. 이 부드러운 꽃잎은 얼룩말의 숨통을 끊어놓던 이빨이렷다. 이 노란 꽃술은 멧돼지의 발목을 잡아채던 발톱이렷다. 피비린내는커녕 향기롭구나. 동박새는 사자의 목젖까지 가서 꿀을 따오는구나. 백수의 왕이 꽃이 되다니 곧 탱크가 솟구쳐 올라 꽃이 되겠구나. 2020년 새해 붉디붉은 평화가 활짝 피겠구나. 바람이 동백을 다시 사자로 돌려놓기 전에 우리는 어떤 문장을 완성해야 할까.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