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은 지난 16일에 정규 9집 음반과 책 ‘너와 나’를 내고 반려견과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에 부쳐 열리는 9집 발매 기념 공연인 ‘눈 오는 날의 동화’는 지난 28일, 29일 양일간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새 앨범 수록곡들이 ‘소리’와 ‘음악’의 경계를 두지 않고 모듈러 신스(modular synth), 샘플링, 필드레코딩 (소리 채집), 그래뉼라 신테시스를 통해 선보인 곡들이 많아, 이번 콘서트에서는 새 앨범 수록곡들의 라이브를 최초로 들려주어 이를 다양하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섬세한 시도를 했다.
첫 곡으로 공연과 동명의 곡인 ‘눈 오는 날의 동화’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연주곡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루시드폴은 이어 8집 타이틀곡인 ‘안녕’을 들려주며 따듯한 안부를 건넸다.이번 콘서트에는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자 피아노의 마에스트로 조윤성을 비롯, 기타의 김진수, 베이스의 황호규, 드럼의 신동진, 퍼커션의 파코 드 진, 비브라폰의 크리스 바가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농밀한 연주를 선사했다.
이어 ‘물이 되는 꿈’, ‘국경의 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아직, 있다’등 루시드폴의 지난 히트곡들이 잔잔한 조명 아래 펼쳐지면서 관객석은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9집 앨범의 타이틀곡 ‘읽을 수 없는 책’을 부른 루시드폴은 2년만에 발매한 새 책과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번 공연으로 나름의 시작을 연 컴백 활동에 대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새 앨범 수록곡으로 처음 들려주는 ‘불안의 밤’에 이어 ‘불’, ‘은하철도의 밤’을 부를 때에는 보다 격정적이고 커다란 일렁임이 있는 사운드와 현란한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했다. 훌륭한 뮤지션들의 조화로운 연주로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뚜벅뚜벅 탐험대’에서는 루시드폴 공연 사상 최초로 싱얼롱을 시도해 ‘걷다보면, 걷다보면 길이되는 것’이라는 가사를 함께 부르며 관객들과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흥겨운 리듬에 관객들과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하나처럼 울려퍼지면서 드럼 헤드에 프린트된 반려견 보현의 얼굴이 언뜻 언뜻 조명에 비춰져 빛났다. 이번에 반려견 보현의 다양한 소리들을 모아 드럼의 킥, 스네어 사운드 등으로 변주시켜 앨범에 실었던만큼 보현이 함께 연주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져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마지막 곡으로 ‘어부가’를 들려준 루시드폴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이어 앙코르 곡으로 ‘사람이었네’,’고등어’를 들려주어 관객석을 눈물짓게 하기도 했다. 4년전 같은 공연장에서 치렀던 연말 공연이자 7집 발매 공연 말미에 “내년에는 레몬 나무를 심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루시드폴은 4년 뒤, 접목한 레몬나무에 레몬이 열린 채로 9집 공연을 맞이했다. 루시드폴은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에도 새로운 바람을 이야기하면 또 실현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처럼 음악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다는 소박하지만 어렵고, 진실된 소망을 전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9집 음반과 책 ‘너와 나’를 가져 온 팬들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열었다. 파란 조명 아래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와 앰비언스로 고요하면서도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사인회로도 루시드폴만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루시드폴은 지난 16일 9집 음반과 책 ‘너와 나’를 내고 다양한 곳에서 음악팬들과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에는 MBC FM4U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에 게스트로 참여해 새 음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