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의 파고에 출렁였던 세계 경기가 2020년을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이 힘을 얻는데다 최근 2년간 얼어붙었던 투자 사이클도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와 금리 향방 등 대형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하반기를 전후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주식형 자산을 비롯한 위험자산에서 투자 비중을 늘리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분산투자 원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새해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갈등을 필두로 각종 불안 요인에 눌려 있던 세계 경기와 투자 사이클이 새해에는 비교적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곽재혁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수석차장은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시장 예상보다 조금 더 이르게 타결되면서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경기 부담 요인들이 같이 완화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경기선행지수도 22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초에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조금 더 늘려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부진했던 국내 주식시장도 정보기술(IT) 하드웨어·5세대(5G)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기대된다. 수익 성장세가 탄탄한 베트남·인도 증시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송인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팀장은 “이제까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는데 새해에는 좀 좋아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60%·선진국 40% 비중으로 투자를 고려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큰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분산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간접투자펀드나 배당주·해외고금리채권 등 기초자산의 성격에 따라 정기적으로 나오는 이자·배당금 등으로 고정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인컴형 상품이 적합하다. 곽 차장은 “단기수익 관리 측면에서 위험투자 비중을 늘려 볼 수 있겠으나 ‘리스크 오프’로 돌아설 만큼 경기 확장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고수익에 베팅하는 투자보다는 분산투자 효과가 높고 자본차익보다는 고정수익을 안정적으로 쌓아 가는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영호 하나클럽1 PB센터장도 “상반기에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즉시 위험자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방어 전략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산투자의 원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산투자를 위해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꼽혔다.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다양한 종목의 ETF로 구성해 ‘초분산펀드’라는 별칭을 얻은 EMP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빈난새·송종호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