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대기업-소부장-리츠 '3각축'...10년만에 IPO 10조 넘을듯

[새해 IPO 큰 장 선다]
'기업가치 15조' 호텔롯데 이르면 올해 상장 재추진
공모 리츠 등 이어 코넥스 노브메타파마도 입성 준비
"시장·기업 상황이 변수...일단 지켜봐야" 신중론도


지난 2017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62개로 2018년(79개)과 2019년(75개)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전체 공모액은 8조원에 육박했다. 유가증권에 상장한 대어가 많아 상장기업 수 대비 전체 공모 규모가 컸다. 반면 2019년의 경우 공모 건수는 75개였지만 전체 규모는 4조원을 밑돌았다. 2년 전과는 달리 1조원 넘는 규모의 공모가 없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새해 기업공개(IPO) 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대기업이 늘었을 뿐 아니라 SK바이오팜 등 대형 바이오 기업 상장으로 바이오 벤처들의 신규·이전상장도 꾸준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2019년 롯데리츠 흥행과 정부정책에 힘입어 공모 리츠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상장도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질은 물론 양적으로도 IPO 시장이 우뚝 설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IPO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하고 있다.

최대어는 단연 호텔롯데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2020년에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롯데는 지배구조 개편 및 일본 기업 이미지 탈피를 위해 중간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2016년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15조원가량으로 평가된 만큼 상장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영업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과 태광실업·카카오뱅크·현대엔지니어링·한화종합화학 등도 기업가치가 최대 15조원에서 5조원 사이로 평가되는 만큼 공모 규모가 조(兆) 단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19년 유가증권시장 공모 규모는 각각 9,166억원, 1조4,707억원. 코스닥 공모 규모에 비해서도 작았다. 하지만 새해 이 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이 4조원 이상으로 받쳐준다면 2017년 공모 규모인 7조8,188억원(유가증권시장 공모 4조4,484억원) 이상의 IPO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업들의 유가증권 상장뿐 아니라 특례제도를 통한 바이오 기업 등의 신규·이전상장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코넥스 시총 1위 신약 개발사 노브메타파마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코넥스 시총 4위인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사 지놈앤컴퍼니 역시 1월 중 투자자들과 상장 시기를 논의해 상반기 기술평가 신청, 하반기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 외에도 SCM생명과학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리츠 상장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리츠와 NH리츠 상장 성공에 우량 부동산을 보유한 유통회사와 재간접 리츠를 준비하는 금융사들이 리츠 상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 역시 상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 상장 법률자문을 맡았던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여러 유통회사는 물론 재간접 리츠를 상장하려 다수의 금융사가 리츠 상장을 위한 법률 조언을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소부장 육성정책에 따라 관련 회사들의 상장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가 소재·부품 기업 상장을 지원하기 위한 상장심사기간특례제도 등을 내놓고 소부장 특례로 상장한 메탈라이프의 주가가 공모가(1만3,000원) 대비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신도기연·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기업들이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며 서남·서울바이오시스 등은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해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공모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속에서도 대형 딜이 실제 IPO로 이어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IPO가 유력했던 이랜드리테일·교보생명·홈플러스리츠 등도 내부·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유수홀딩스 계열사 싸이버로지텍이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고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를 진행 중인 현대카드 역시 시장의 평가에 따라 상장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