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전략 키워드로 ‘보수 대통합’을 다시 꺼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총선 승리 전략으로 보수 통합을 내비쳐 이를 둘러싼 보수진영 내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통합”이라며 “자유민주진영의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권 심판을 위해서는 모든 자유민주세력이 통합추진위원회라는 통합열차에 승차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황 대표는 이날 통합체의 명칭과 노선·운영방식·공천·혁신 등을 통합추진위의 논의과제로 제시하는 등 의지도 보였다. 황 대표는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며 “어떠한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신년하례식에서 통합을 화두로 내세웠다. 유 위원장은 “국회 안에서는 숫자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다음에는 중도보수세력이 어떻게든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늦어도 오는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의 거두로 꼽히는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보수진영 재건의 성공공식에 대해 대통합이라고 입을 모은 셈이다.


하지만 보수 대통합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도 보수진영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유 위원장은 이날도 “보수 재건 3원칙 위에 한국당이 동참하겠다면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면서 전제조건을 걸었다. 유 위원장이 내건 보수 재건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 등이다. 또 한국당과의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새로운보수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나가면 기존 다른 보수세력들이 저희와 통합 또는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탄핵의 문제를 누가 정리할 수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 문제 등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보수 대통합의 필수요건으로 거론되면 안 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 위원장의 보수 재건 3원칙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우회적 답변으로도 보인다. 황 대표가 이날 “(대통합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진정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가 다 가져가려고 하는 통합은 결코 안 된다. 누군가가 내려놓아야 통합의 길이 열린다” 등을 말한 점도 현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국회 안팎에서는 황 대표 측이 최근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에게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알려지면서 보수 대통합이 ‘당 대 당’이 아닌 개별적 인력 유입 쪽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보수 대통합에 대한) 대화 중 실패한 것은 없었다”며 “자유 우파와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시민세력 통합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으나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 매듭지려고 하니 쉽지 않다”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한편 황 대표는 “추천위원회에서 조만간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며 한국당의 올해 총선 공천을 총괄할 공천관리위원장을 이달 중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총선에 대비한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 현역 의원 30% 컷오프는 확실히 한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