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컬처] K팝 아이돌 인기에…실물 앨범 살판났네!

'소장품' '헌신 증표'로 앨범 구입 늘어
국내 앨범 판매량 4년간 200% 뛰어


K팝 아이돌의 인기에 침체됐던 피지컬 앨범(디지털 음원이 아닌 실물 음반)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 2015년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앨범 판매량은 지난해 4년 동안 200% 가까이 급성장했다. 세계 음반시장 1, 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년 전부터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 대조적이다.

공인 음악차트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400위까지의 국내 앨범 판매량은 총 2,460만장을 넘어서 전년(2,281만장) 대비 8% 가량 성장했다. 2018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이어온 것에 비하면 다소 둔화된 수치지만, 가온차트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5년 연속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피지컬 앨범./이미지투데이

전 세계적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 수년째 감소 중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미국레코드협회(RIAA)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음반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 9억4,300만장으로 앨범 판매가 정점을 찍은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 5,200만장(잠정)수준으로 떨어졌다. 피지컬 앨범 전통 강국인 일본에서도 CD 생산수량이 2012년 2억1,500만장에서 2018년 1억3,700만장으로 반 토막 났을 정도로 시장 위축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유독 피지컬 앨범 시장이 확장세를 보이는 데는 K팝 아이돌의 막강한 팬덤이 배경이 되고 있다.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표로 자리매김하면서 팬들이 헌신적으로 앨범 구매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까지 그룹 엑소가 홀로 견인해 온 시장에 2016년에는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가 합세했고, 2018년에는 그룹 워너원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앨범 판매가 2,000만장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BTS ‘맵 오브 솔: 페르소나’의 인기와 세븐틴, 트와이스, 블랙핑크의 선전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K팝 아이돌 팬덤이 음반 시장을 견인하면서 피지컬 앨범의 역할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피지컬 앨범이 음악을 듣든 수단으로서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헌신의 징표이자 ‘소장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피지컬 앨범 구매 이유로 ‘MP3·스트리밍 방식보다 음반으로 듣는 것이 더 좋아서’라는 응답은 2017년 26.5%에서 2018년 16.0 %로, ‘음질·성능이 더 좋아서’는 15.7%에서 13.3%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라’는 37.8%에서 69.0%로, ‘팬 미팅 등 이벤트 참가, 엽서·화보·브로마이드 때문’은 1.5%에서 10.9%로 급등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피지컬 앨범은 듣는 수단으로서 가치를 잃어가는 중”이라며 “업계 내부에서는 소모적인 앨범 판매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묘 아이돌 전문 평론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순위조작 문제 등 공신력에 한계가 있는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와 달리, 소비가 반드시 병행되는 앨범 판매량은 K팝 아티스트 영향력의 지표로서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된다”며 “달리 명확한 지표가 없다보니 기획사는 다양한 앨범 패키지로 소장욕을 자극해 판매량을 높이고, 팬들도 이에 헌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빌보드차트의 경우 유튜브 조회 수, 라디오 방송 횟수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순위를 결정한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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