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사각지대…노후아파트 대형화재 우려

최근 화재 성동구 아파트도 미설치
28년 의무화로 소급적용 안돼
거주민·소방당국 안전대책 필요

스프링클러./이미지투데이

지난해 12월31일 불이 나 대피 소동이 벌어진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파트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건축 당시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다. 이번 사고로 ‘사각지대’인 노후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소방당국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서는 불길을 잡아야 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불이 나면 연기 등 신호를 감지해 물을 뿜어내는 스프링클러는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시작된 불이 꺼지지 않아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대부분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시설 미비로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사고였다.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것은 아파트가 지어진 약 33년 전에는 설치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16층 이상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고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 아파트로 대상이 확대됐다. 소방방재청이 기존 소방법을 폐기하고 안전기준이 강화된 소방기본법 등을 신설한 결과다. 이번에 화재가 난 아파트는 1986년 14층 건물 9개동으로 준공돼 관련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2005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다.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뿐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주택(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가운데 33만4,151개동이 지어진 지 30~35년이 된 노후주택이었다. 35년 이상인 곳도 185만3,435개동에 이른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의 경우 준공 후 30~35년이 지난 주택은 13만8,475개동, 35년 이상이 된 곳은 30만292곳에 달했다. 국내 전체 주택 대비 아파트 비율이 최고 8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는 노후아파트 거주민들과 소방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프링클러 한 대를 설치하는 데 통상 1,500만~2,000만원이 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거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 비용을 한꺼번에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하는 법이 새로 생기거나 소급 적용되면 좋겠지만 비용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며 “화재 가능성을 주민이 인식하고 관할 소방서에서는 적극적인 화재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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