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원 바이오IT부 기자
‘9.1%’
지난 한 해 동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52건이다. 그중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23건에 불과하다. 아직 국회에 남아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되기를 기다리는 법안 숫자는 229건이다. 결국 지난해 과방위에서 심의를 거쳐 통과된 법안의 비율은 9.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물론 법안 통과 숫자가 성과를 측정하는 단일한 지표가 될 수는 없다. 법안마다 피해를 본 계층은 없는지,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 통과 여부를 판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정안의 옥석을 가려내는 심의는 얼마나 진행했을까. 지난 1년간 법안 내용을 심의하기 위해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와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 횟수는 총 10번이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한 달에 한 번도 채 열리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숫자들은 고스란히 국내 정보기술(IT) 산업과 업계가 입는 타격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IT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숙원 법안으로 내세웠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끝내 해를 넘기게 됐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은 빅데이터뿐 아니라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전반과 연관이 깊다”라며 “업계의 시간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정치 시간표만 기다리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2018~2019년 내내 유료방송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유료방송 합산규제 또한 연장도 폐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남게 됐다. 당장 합산규제와 관련이 깊은 기업들은 국회에서 결론 없이 시간만 끌면서 사실상 규제가 연장되는 것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7월 과방위의 ‘만만디’ 진행으로 수백개의 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인 상태라는 내용의 기자의 눈을 쓴 적이 있다. 상반기를 결산하는 겸 하반기에 대한 바람을 담는 겸 쓴 글이었다. 하지만 그 후 약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같은 지적을 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