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해 온 소설가 공지영씨가 1일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설전을 벌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공씨는 신년특집 토론회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의 토론 영상을 올리면서 “진중권씨 정말 큰일이고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고 소감을 적었다.
같은 날 저녁 전파를 탄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 출연한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은 ‘언론 개혁’이라는 주제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정당한 말인가”라며 손석희 앵커가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하자 먼저 유 이사장은 “보도의 품질이 너무 낮다. 독자들이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자기들이 말하고 싶은 걸 쏟아 낸다고 생각해 적개심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를 언급하면서 “알릴레오 시청자는 기자들 리스트를 만든다. 제대로 일하고 있는 기자들을 리스트를 만들어 좌표를 찍으며 공격 한다”고 지적한 뒤 “기자의 가족 신상까지 파내서 기레기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신상털기는) 집단화 조직화 일상화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알릴레오는) 일종의 피해망상과 같은 건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것을 대중에게 믿게 한다”면서 “이는 음모론적 선동이다. 경고하는데 유 이사장님의 망상을 대중들은 현실로 믿는다. 그래서 저는 알릴레오를 보지 않는다. 판타지물을 싫어해서...”라고도 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9월24일 ‘알릴레오’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하드디스크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등 장난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텉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연합뉴스
이같은 진 전 교수의 지적에 유 이사장은 “서운하다. (진중권과 함께 출연했던)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할 때나 지금이나 저는 똑같다”며 “이런 것에 이렇게 바로 답하게 되면 토론이 엉망이 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한국 언론이 적응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알릴레오’에서 나온 유 시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며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면서 “저도 학교에서 오픈북 테스트를 보는데 부모가 와서 보지 않는다. 그걸 허용하게 되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잘난 부모를 가진 학생들이 가로채게 된다”고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또 “이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한 현 정부의 가치관과 배치된다”며 “그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어울리느냐”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은 “우리가 아는 건 검찰 주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검찰 주장이 언제나 팩트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문제와 국가가 형벌을 행사해야 하는게 따로 있다”면서 “조국 전 장관 문제는 검찰이 표적 대상에 유죄 혐의를 씌우려고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만든 매커니즘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취재해보니 아들이 본 문항 20개의 쪽지시험은 오픈북 시험으로, 어떤 자료든지 참고해도 되는 거였다”며 “(대리시험 의혹은) 단지 검찰 주장에 불과하고 사실관계에 대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기소가 아주 깜찍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두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먼저 유 이사장이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이기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검찰이 언론에 퍼뜨려 도덕적인 덫을 씌워 처벌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내용이 맞다고) 결론 나면 그때는 사법이 썩었다고 할 것이냐”고 되묻자 유 이사장은 “검찰도 썩었고 사법부도 썩었다”며 맞받았다.
이날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는 진 전 교수, 유 이사장을 포함해 이창현 국민대 교수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도 토론자로 함께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연합뉴스
한편 진 전 교수는 자신을 향한 공씨의 비판과 관련, 공씨와 김어준씨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진 전 교수는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끝까지 집요하게 물어뜯겠다는 그 많은 문꼴오소리들. 그 기백 다 어디 가고 어째 한마리도 나서지 못하냐”면서 “그럼 할 수 없다. 오소리 몰이꾼 김어준씨, 직접 나서라. 아니면 공지영씨가 나서든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독재정권 시절엔 견해가 다른 사람을 ‘빨갱이’로 몰았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견해가 다른 사람을 ‘자한당’으로 몬다”며 “나는 그 어느 편에도 집어 넣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저쪽(보수정당으로 예상됨)이 악이라고 너희가 선이 되는 게 아니다. 너희도 악”이라며 “나는 어느 편도 아니니 편 갈라 쌈질하는 것은 너희들끼리 하라. 나는 옆에서 심판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아울러 “문빠들, 이해하자. 극성스러워도 실은 착한 사람”이라며 “집단 속에서만 승냥이가 되지, 개인으로 돌아가면 한마리 양처럼 얌전해진다. 개인으로 남겨지면 말 한마디 못하는 분들이다. 생각하는 것을 남에게 맡겨놔서 집단을 떠나면 아예 자기 생각을 못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또 “(한 언론사가 후원한다고 하니 외국 갔다 돌아오는) 1월 말에 공개토론하자. 저와 토론하고 싶은 문빠분은 이 글 밑에 신청해 주시고 메시지로 연락처 남겨 달라”고 덧붙였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