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장은 “4세대 만성골수성 백혈병 표적항암제 ‘애시미닙’에 대한 임상 1상에서 1~3세대 표적항암제 치료로 ‘주요 유전자 반응’이 없던 환자의 48%가 애시미닙 치료로 주요 유전자 반응을 보이는 등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며 “현재 애시미닙과 3세대 이하 표적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데 경과가 매우 좋다”고 3일 밝혔다.
장기간의 추적관찰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평생 표적항암제를 먹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질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주요 유전자 반응은 환자의 시료를 1,000배로 대량복제(PCR 증폭)해도 환자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변이 유전자(BCR-ABL1)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정상적인 백혈구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백혈병 환자의 혈액세포 영상.
1~3세대 표적항암제와 전혀 다른 암 단백질 부위를 공격하는 애시미닙은 김 병원장이 주도한 11개국 임상 1상(만성기 환자 141명 등)에서 △혈액학적 재발 상태 환자의 92%가 완전 혈액학적 반응(백혈구·적혈구·혈소판 수치 등 정상)을 △완전 염색체 반응이 없었던 환자의 54%가 완전 염색체 반응(필라델피아 염색체 미검출)을 보였다. 특히 3세대 표적항암제 ‘포나티닙’에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쓰지 못하게 된 환자의 57%(14명 중 8명)가 주요 유전자 반응을 보였다. 임상 1상 결과는 의학분야 최고 학술지 ‘NEJM(인용지수 70.67)’에 발표됐다.
3세대 표적항암제가 잘 들으면 시료를 10만배 증폭한 검사에서 BCR-ABL1 유전자가 보이지 않는 ‘완전 유전자 반응’이 나타난다. 이 상태가 2년 이상 유지되면 약을 끊어볼 수 있고 이런 환자(전체 환자의 5~10%) 10명 중 4명은 약을 끊어도 5년 동안 재발하지 않는다. 김 병원장은 “애시미닙도 단독요법으로 쓰면 내성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다른 부위를 공격하는 3세대 이하 표적항암제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빠르고 약을 끊어도 5년 동안 재발하지 않는 ‘5년 무재발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혈병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변해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질환. 정상인의 백혈구 수는 혈액 1㎕(마이크로리터)당 4,000~9,000개 정도인데 백혈병에 걸리면 많게는 50만개까지 늘어난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9번·22번 염색체의 끝 부분이 절단된 뒤 상대편과 잘못 결합해 생긴 이상 염색체(필라델피아 염색체)와 이상 유전자 간 융합(BCR-ABL1 유전자)으로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병이 진행될수록 원인 모를 열, 심한 체중감소, 골관절 통증, 출혈·감염 등의 증상이 심해진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첫 표적항암제 ‘글리벡’ 등장 이후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내성이 생기면 듣지 않아 화학구조를 변형한 2~3세대, 완전히 다른 구조의 4세대 표적항암제가 속속 개발됐다.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으면 2.5~3년 뒤 급성기로 진행해 암세포가 무한 증식해 1년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