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똥을 똥이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먹고 마시고 자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싸는’ 일이다. 인간을 위한 건축철학을 펼친 르 코르뷔지에는 변기를 ‘산업 분야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으로 여겼고,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삶에서 배설물이 하는 역할을 널리 알리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일 뿐 아니라 찬사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똥을 더럽다 피하고, 화장실 유머에 낄낄대기만 할 일이 아니다. 똥과 이를 처리하는 배수관·하수도 문제는 위생과 직결된다. ‘정글북’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배수관은 위대하고 찬란한 존재”라고 했으며, 인권운동가 모한다스 간디(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에서 식민 통치 세력을 물리치는 것 못지않게 위생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간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는 누구나, 매일 경험하지만 입 밖으로 잘 내놓지 않는 ‘똥’을 화두로 공중위생과 환경문제까지 짚어 본다.
런던 웰컴도서관이 소장한 150년 전의 판화에는 변기 속을 들여다보는 의사와 그 옆에 비웃는 얼굴로 서 있는 하녀가 등장한다. 당시 의사들에게 배설물 관찰은 중요한 진료방법 중 하나였다. 분뇨의 효능을 신봉한 마르틴 루터는 자신의 대변을 하루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고 하며, 18세기 프랑스 왕궁의 귀족 여인들은 분변을 말려 곱게 간 가루 비료를 코담배처럼 들이마셨다. 1894년 한양을 찾은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가장 더러운 도시다. 거리에는 사람의 분변과 지독한 악취로 가득하다”고 적었다.
앉아서 볼일을 본 후 물로 똥을 치워주도록 고안된 수세식 변기는 약 500년 전 엘리자베스 1세를 위해 발명된 ‘에이잭스’라는 변기다. 지금과 형태와 작동 원리가 비슷하다. 변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과 미국이다. ‘토토’를 앞세운 일본은 다양하게 닦아주는 방법을 발전시켰고, 미국 변기회사들은 물 사용을 줄이면서도 막히지 않게 잘 내리는 법을 연구하며 진화했다.
똥으로 인류사를 짚어본 저자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화장실은 특권”이라는 사실이다. 아직도 전 세계 약 26억 명은 배설물에 오염된 환경에 산다. 저자는 나아가 대안적인 ‘생태화장실’을 제시한다. 영국 찰스 왕세자가 이용하는 화장실은 갈대가 가득한 연못으로 오수를 흘려보내 자연정화를 시도한 친환경 방식이다. 병원균 관리만 잘 한다면 배설물을 적절히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자는 말한다. “부끄러움의 굴레를 벗어 던져야 한다.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1만6,8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