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부진 대외환경보다 경쟁력 추락 탓 더 크다"

현 정부의 첫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페이스북에 “수출감소의 근본 원인은 산업경쟁력 악화에 있다. 정부가 경쟁력 악화의 원인 제거에 국민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화자찬이라니…”라며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10.3%나 급감했는데 정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기둔화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히자 이런 안이한 진단으로는 난국을 뚫고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올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비상배낭을 준비해두라”고 하면서 “정책의 큰 방향이 잘못됐다. 경기변동상의 위기와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위기가 중첩돼 있는데 체계 없이 재정을 늘리다 보니 타기팅이 잘못돼 지출이 쓸모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이어 인도에까지 추월당하기 직전일 정도로 제조업 경쟁력이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는 대외환경만 언급하며 낙관론에 빠져 있으니 두 원로의 눈에 얼마나 한심해 보였으면 새해 벽두부터 쓴소리를 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평택의 자동차 전용 부두를 찾아 “올해 세계 경제와 무역 여건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2030년 세계 4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고 화려한 비전을 얘기했다. 대통령이 새해 첫 경제행보로 수출현장을 찾은 것은 반길 만하지만 참모들이 건네준 장밋빛 자료를 그대로 읊는 모습은 답답함만 더해줬다. 실제 올해 수출 여건은 대통령의 말처럼 녹록지 않다. 중국의 성장률이 5%대에 그치고 미국도 지난해 2.3%에서 2.0% 수준으로 내려갈 게 확실시된다. 현실이 이런데 정부는 총력대응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무역금융 확대 등 땜질식 대책과 반도체 경기 회복만 바라보니 이야말로 전형적인 천수답식 행태다.

지금의 산업현장은 대통령이 말로만 독려해서 해결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노동개혁과 실질적인 규제 완화 등 비상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무역 1조달러 수성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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