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21대 총선에 나가고자 하는 자당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거주 1주택 외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사실상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의 2주택 이상 보유 후보에게 실제 살고 있는 주택 하나를 제외한 지역 내 나머지 부동산의 매각을 공천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자를 대상으로 ‘거주 주택 외 집’ 처분을 요청한 지 정확히 2주 만이다.
“집, 한 채 빼고 다 팔라”는 청와대발(發) ‘다주택자 주택처분령’의 여파가 관가를 거쳐 정가로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7일과 18일 잇따라 각각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사유 재산의 처분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인가, 하나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나는 총선 출마 후보는 과연 자기 집을 내놓을까다. 3개의 물음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속 시원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힘든 게 실상이다. 애써 긍정적으로 답하려면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붙어야만 한다. 진실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는 언어는 단순 명료하다고 했는데 말이다.
◇재산권 침해 가능성 有=먼저 일각에서는 권고나 요청 대상이 사인 아닌 공인이라도 소유한 주택을 팔라고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택을 팔라고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당정청이 앞장서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 고위공직자의 기본권 제한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형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당사자인 고위공직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고위공직자의 기본권 제한은 일반 국민보다 폭넓게 인정된다. 특별권력 관계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 후보자는 고위공직자인가 아닌가. 고위공직자는 물론 아니다. 다만 선거에서 당선이 되면 고위공직자에 준하는 공인이 된다. 그래서 일까.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서약서 작성 후 당선된 후보로 하여금 2년 이내 주택을 처분하도록 했다. 재산권 침해와 공익을 위한 정당한 기본권 제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 영향은 글쎄=후보가 집 몇 채 판다고 부동산 시장이 잡힐까. 전문가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이미 다주택을 보유한 것 자체로 국민이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라 이제 와서 파는 모습을 보여줘 봤자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로 인해 역시 공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은 ‘솔선수범’의 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1가구 1주택’ 선언이 우리 당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바란다”며 “100가지 제도보다 솔선수범이 100배, 1,000배 위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공(空)약에 그칠 수도=그렇다면 서약대로 민주당 후보자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집을 처분할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서약서 작성이 실제 집 처분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얘기다. 이마저도 선의(善意)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총선기획단에 따르면 서약서 작성 후 당선된 후보는 2년 이내 실거주 주택 외 집을 매각해야 한다. 기한 경과 후 서약 내용을 불이행했을 경우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다. 윤리위는 ‘소명’을 들은 후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소명이라는 구멍을 통해 빠져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설령 윤리위가 제명이라는 최고 징계를 내린다손 쳐도 지역구 의원의 경우 의원직은 유지된다. 서약의 ‘강제력’은 없다는 뜻이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