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대한항공(003490)이 새해 들어서도 유동성 확보를 이어간다. 조원태·조현아의 ‘남매의 난’ 이후 첫 시장성 자금 조달로 최근 경영권 분쟁이 부각되면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주관사 선정을 위해 복수의 IB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발행규모는 1,000억~2,000억원으로 시기는 2월 초로 예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차례에 걸쳐 1조1,000억원 어치의 자금을 조달했다. 7월과 11월은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11월의 경우 고정금리를 제시해 투자자들을 유인했지만 1,7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70억원 매수 주문에 그쳤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발행 때보다 대한항공의 기업 리스크가 오히려 커졌다고 분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률 등이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조현아 간 집안 갈등, 강성부펀드(KCGI)와 내홍이 불거진 탓이다. 경영권 분쟁은 사회책임투자(ESG)를 중시하는 최근 분위기에도 역행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SK그룹 등 기업들은 ESG 기반 투자를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작년 하반기부터 하위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대한항공의 회사채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다. 2일 기준 BBB+등급 회사채의 민평 금리는 5.216%으로 불과 한 단계 차이인 A-등급(2.599%)보다 261bp(1bp=0.01%포인트)나 높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BBB등급 채권은 헤지펀드나 DLS 등 파생결합상품에서 많이 담아갔으나 지난해부터 시장 자체가 작아져 수요가 줄었다”며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A등급과 BBB등급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한항공의 회사채 규모는 5,463억원이다. 사채 발행을 통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금융기관 차입 등 다른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도 수출입은행의 신용 보강을 통한 외화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약 1,8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을 늘렸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