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혈액 부족 국가...최소 수혈로 수요 줄여야"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인터뷰
질→적정성 평가로 관리 전환을
의료계도 '수혈 관행' 자제 필요


“수혈은 일종의 장기이식입니다. 감염과 발열·면역거부반응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혈액 부족 국가이고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혈액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불필요한 수혈을 최소화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헌혈이 소중한 만큼 수혈도 더욱 철저한 기준 적용과 평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도 최근 혈액정책의 무게중심을 질 관리에서 수혈의 적정성 확보로 바꿔가는 만큼 안암병원도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인의 혈액이 이를 수혈받은 사람의 DNA 체계를 교란하고 암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수혈에 따른 부작용은 아직 다 규명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했다.

박 병원장은 정형외과 교수 시절 선진국의 여러 병원이 수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눈여겨봤다. 치료 결과도 긍정적이라는 해외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자 수혈 최소화에 앞장섰다. 그도 과거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때 1인당 평균 6.9파인트를 수혈했지만 환자혈액관리(PBM)를 적용한 지난 2013년부터는 0.15파인트로 줄었다. 빈혈을 교정하기 위해 철분주사제를 쓰고 수술 중 자가수혈기인 ‘셀세이버(Cell saver)’를 쓰면서 수혈을 최소화한 결과다.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수술 전 고용량 철분주사제 투여를 통한 빈혈 교정 등을 통해 수혈을 줄이면 사망률을 28~68%, 입원기간을 15~33% 줄일 수 있다.


그는 2015~2017년 안암병원 의무기획처장을 맡으면서 수혈 처방 이유와 적응증 등을 기록하도록 한 수혈관리 프로그램을 임상에 적용하기도 했다. 의사들이 수혈 결정과 관련된 단계마다 수혈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의료진에게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 없어 정형외과 등 일부 과만 활용하는 한계가 있었다.

최소수혈원칙을 병원 차원으로 확대하려면 병원장이 돼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병원장이 된 뒤 의료진을 설득해 최소수혈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무수혈센터 개소 등을 밀어붙였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금까지 수혈 수술을 잘해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의사들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

박 병원장은 “수술을 앞둔 환자의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7g/㎗ 이하(정상은 13~14g/㎗)일 때 수혈을 권고하는 게 수혈 가이드라인인데 의료현장에서는 아직도 10g/㎗ 이하일 때 수혈하는 오래전 관행을 따르는 경우가 흔하다”며 “의사들이 수혈 가이드라인만 숙지해도 수혈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으므로 의대·병원·정부 차원의 재교육과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암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병원 차원에서 PBM 개념을 도입한 병원이 됐고 다양한 노력 끝에 1년 만에 부적정 수혈용 혈액(적혈구제제) 수혈 비율을 종전의 3분의1로 줄였다.

박 병원장은 “많은 교수가 최소수혈 방침에 공감하고 따라줘 2년 동안 목표의 60% 정도를 달성했다”며 “정부가 올해부터 수혈 적정성을 도모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해 최종목표 달성 시점이 당초 생각했던 10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최초의 최소수혈 외과병원, 적정수혈 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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