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뜀박질에 관련 상품도 들썩…추격 투자는 '신중'

유가ETF·ETN 이틀연속 급등
원자재DLS도 1,000억 넘게 상환
"非OPEC국가들 증산 예정으로
배럴당 65弗 위 오래 못가" 우세
"유가 단기급등 배제 못해" 진단도


미국과 이란의 전운으로 유가가 들썩이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가격도 뜀박질하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연계증권(DLS)이 지난해 12월 1,000억원 넘게 상환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10% 이상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중동 외 지역에서 공급 확대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유가 상승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은 4.95% 상승 마감하며 지난 3일(5.59%)에 이어 강세를 띠었다. 미래에셋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3일과 6일 각각 5.83%와 5.0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 원유 관련 레버리지와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은 ETN만 상장돼 있다. ETF 중에서는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가 이날 2.51% 올랐으며 KODEX WTI원유(H)도 3일 3% 오른 데 이어 2.32% 추가 상승했다.

원유 등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도 대거 상환이 이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상환이 1,123억원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225억원, 11월 137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배럴당 50달러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조기 상환이 대거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미국의 이란 군부 지도자 공격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갑작스럽게 오른 이후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공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유가가 WTI 기준 65달러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중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한 셈이다. 아직 올해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중동뿐만 아니라 미국과 남미 등의 비(非)석유수출국기구(비OPEC)국가에서의 산유량 증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유가 상승은 10% 안팎으로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규모 전쟁으로 가지 않으면 유가는 원점인 WTI 기준 배럴당 50달러 중후반대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경우 오는 3월 예정된 OPEC회의에서 감산 규모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65달러를 넘어설수록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올라갈수록 신흥국의 수요는 위축되고 OPEC국가의 생산은 늘어 배럴당 65달러 이상에서 오래 머물기 힘들다”며 “그 이상 일시적으로 오를 경우 오히려 인버스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현시점에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란의 보복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유가 급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이라크 남부의 대규모 유전 지대나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시설에 타격이 있을 경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8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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