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4> 독자건조 항모 산둥함 취역...힘받는 시진핑의 '태평양 분할'

■美 해양패권에 맞선 中 항공모함
美이어 2위권 항모 보유국 올라
대만해협·남중국해가 타깃 될듯
향후 10년내 해군력도 G2 목표
세 번째 항모는 2021년께 진수
최신 전자식 캐터펄트 장착 예고
美주도 인도·태평양 전략 깨기 시동

중국의 첫 독자 건조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지난해 12월17일 취역식을 위해 하이난다오의 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중국은 산둥함을 포함해 총 2척의 항모를 보유해 해군 전력에서도 미국과 함께 G2에 올라섰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17일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에 정박한 항공모함 산둥함을 오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TV로 중계된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중국의 최초 독자 건조 항공모함인 산둥함의 공식 취역식 날이었다. 순수 공격용 무기인 항공모함을 국가원수가 직접 응원한다는 것이 중국 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중국의 이른바 ‘해양굴기’ 선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날 해군 장병들에게 “우리나라 항공모함의 성과에 확신을 나타내고, 더 분발해 당과 인민을 위해 새로운 공을 세우자”고 격려했다고 중국중앙(CC)TV 방송이 전했다.

12월17일은 중국 첫 근대 해군인 북양함대가 창설된 날(1888년)이기도 하다. 당시 아시아 최강이었던 이 해군부대는 6년 뒤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궤멸되는 아픔을 겪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인 ‘협객도’는 “이날을 택한 산둥함 취역은 그 역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과 전방위적으로 갈등을 겪는 가운데 시 주석이 고난의 역사를 언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해 12월20일 마카오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도 “아편전쟁을 잊지 말라”고 외쳤다.

중국이 해군 전력을 급격히 확대하는 가운데 항공모함이 그 선두에 섰다. 중국은 지난해 말 두 번째 항공모함을 취역하면서 미국에 이어 2위권 항모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향후 10년 안에 2척 이상을 더 건조해 해군력에서도 명실상부한 주요2개국(G2)이 되겠다는 게 목표다. 중국 영해 방어라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이미 탈피해 태평양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확장하기 위한 핵심전력으로 항공모함 시대를 본격화한 것이다. 황해라는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층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륙국가로 바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외적은 주로 몽골이나 만주·티베트에서 왔기 때문에 육군 강화가 항상 우선이었다. 해군은 왜구 등 바다의 해적을 막는 수단일 뿐이었다. 유일한 예외 사례가 15세기 초반 이른바 ‘정화의 남해원정’이었지만 지속성은 없었다.

중국이 바다로 눈을 돌린 것은 서세동점 시대인 19세기 후반이다.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대패하면서 해군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부대가 북양함대다. 1888년 12월17일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창설식을 가진 그 부대다. 북양함대는 당시 청나라가 20여년간 추진한 ‘양무운동’의 최대 성과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성을 가졌지만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전멸된다. 결국 1840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의 바다는 외국 해군이 독차지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해군 경시는 계속됐는데 이런 분위기를 역전시킨 것은 개혁개방의 총지휘사인 덩샤오핑이었다. 개혁개방을 통해 해외와의 교류를 늘리려는 과정에서 바다와 해군의 필요성에 눈을 뜬 것이다. 바닷길을 지키지 못하면 대외개방이 뜬구름일 뿐이라는 인식에서다.

덩샤오핑의 군부대리인인 류화칭은 1982년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에 임명된 후 중국판 3단계 해양방어선 이론을 정립했다. 태평양의 섬과 섬을 잇는 제1~3도련선(島練線)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세부적으로 제1도련선은 일본과 대만·필리핀을 잇고 남중국해를 포함한다. 제2도련선은 일본 동부에서 태평양의 괌과 팔라우를 연결하면서 대만을 완전히 손에 넣는다. 더 나아가 제3도련선은 미국의 알류샨열도와 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선인데 결국 태평양을 반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도련선 전략의 핵심무기로 1도련선은 미사일, 2도련선은 항공기를 각각 구상했다. 제3도련선을 위해서는 항공모함 전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중국이 오는 2030년까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구축함·순양함 등이 포함된 4개 이상의 항모전단을 꾸리려는 이유다.

중국은 이후 대대적인 해군력 강화에 나선다.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국방비는 연평균 13.8% 증가했지만 해군 예산은 20.8% 늘었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류화칭 제독이 이런 구상을 처음 내놓았을 때는 모두 허황한 생각이라고 했는데 실제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해군력 증강이 이뤄져왔다”고 전했다.

물론 처음부터 중국에 항공모함 제작기술이 있을 리 없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무기금수조치를 당했는데 이 규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이 첨단 군사무기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항공모함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중국은 일단 구소련 국가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에서 항모를 사들이는 우회로를 택했다. 구소련에서 제작한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바랴크함 구매에 성공하고 2002년 인도받았다. 이후 10년 가까운 개량공사 끝에 2012년 취역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다.


랴오닝함은 중국이 개량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구소련제였다. 국산 항공모함이라는 브랜드와 자체 기술력이 필요했던 중국은 랴오닝함 개량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로 독자 항모를 설계한다. 중국의 첫 국산 항모인 산둥함은 2013년 건조에 착수해 2017년 4월 진수됐고 지난해 말 취역하면서 실전배치됐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006년 해군 대상 연설에서 “국가의 지위에 상응해 새로운 단계의 역사 사명에 적합한 강대한 인민해군을 단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양해군을 강조했다. 한술 더 뜬 시 주석은 2013년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태평양은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모를 가진 나라는 미국으로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적인 해군 강국인 영국이 2척을 갖고 있는데 이제 중국은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외에 러시아·프랑스 등이 각각 1척씩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항모 투자에 신중한 전통 해군국과 달리 중국은 군비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7년 건조에 들어간 중국의 세 번째 항모는 2021년께 진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 네 번째 항모 건조도 이르면 2021년 시작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세 번째 항모는 코드명이 ‘002형’이어서 랴오닝함(001형)·산둥함(001A형)과 다른 별개의 형태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산둥함의 장병들이 지난해 12월17일 하이난다오의 한 항구에서 취역식을 진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항모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 랴오닝함과 산둥함은 배의 앞부분이 약간 들려 올라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함재기 이륙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기술력이 떨어진 구소련 항공모함들은 이런 스키점프식 구조를 채택했다. 중국의 세 번째 항모에는 기존의 스키점프식을 배제하고 새로 캐터펄트(사출장치)로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미국식 항모전술이 채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신의 전자식 캐터펄트가 새 항모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함재기를 더 많이 싣고 다닐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추진력도 첨단화된다. 거대한 항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존 디젤엔진으로는 동력이 부족하다. 미국에서 원자력추진항모가 대세인 이유다. 중국은 아직 산둥함까지는 재래식 디젤을 사용하고 있다. 세 번째 항모는 어렵더라도 네 번째 이후 항모에서는 원자력엔진 장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전문지 ‘빙궁커지’를 인용해 “세 번째 항공모함의 전투력은 랴오닝함과 산둥함을 모두 합친 것보다 앞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항공모함을 앞세운 중국의 해군력 강화는 일단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가 대만의 흡수통합이고 남중국해에서의 패권장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해군을 축출하는 데 중국 항모 전단이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부 들어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항공모함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중국과 이들 나라를 잇는 수단은 해상교통로인데 이 길을 미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패권을 다투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중국 해군이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마주한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위협도 적지 않다. 첫째와 둘째 항모에 랴오닝함·산둥함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들은 한반도 맞은편의 중국 지명이다. 이들 명칭을 부를 때마다 한반도가 인식되는 이유다. 중국의 해군력이 제2도련선까지 확장된다면 대만뿐 아니라 한반도도 자연스럽게 중국의 해양패권 아래 들어가는 상황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산둥함의 취역은 중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발전하고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도전하겠는다는 명백한 선언”이라고 전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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