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호르무즈 파병'

[美-이란 전면전 치닫나]
美, 파병 요구…이란은 동맹 위협
靑 "엄중한 상황…신중히 대처"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염두에 두던 청와대와 국방 당국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중동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큰 곳이다. 특히 우리나라로 향하는 원유 수송선의 70~8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정부는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는 이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렸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엄중한 상황 속에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상황에 대해 대처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일 NSC 상임위를 긴급 소집하고 중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NSC는 지난해 12월에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사실상 파병 의지를 시사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의 미 동맹 위협에도 불구, 방위비 협상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우리 국방 전력의 파병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으며 8일(현지시간) 미일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고위급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한일 등 핵심 동맹국을 향한 미국의 파병 요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전날 방송된 KBS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저는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미국 요청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하는 청해 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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