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韓에 '日규제' 포토레지스트 공장 짓는다

2,800만달러 투자…천안에 설립

글로벌 화학소재기업 듀폰이 한국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세운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한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3대 품목 중 하나다. 이번 투자를 통해 공급선을 다변화한 만큼 일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설비를 국내에 구축하기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투자신고서에 명시한 투자금액은 2,800만 달러다. 충남 천안에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며 투자 예상 기간은 2020∼2021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공급 안정화를 위해 듀폰과 직접 접촉해 투자 유치를 협의해왔다”며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점차 성장하는 시장에 선제 대응하고자 한국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기판) 위에 회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감광성 재료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한국은 전체 물량 90% 이상을 일본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일본이 지난해 7월 포토레지스트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이 지난달 수출허가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했지만 한일 관계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터라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기업으로 해당 품목의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수출 규제를 이어갈수록 일본 기업과의 거래가 줄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인 솔브레인이 최근 또 다른 수출규제 품목인 고순도 불산 생산능력을 갖추는 등 소재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도 일본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해결하는 데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 장관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라운드 테이블을 주재했다. 행사에는 반도체, 자동차, 수소경제,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벤처캐피탈 분야의 기업 10개사가 참여했다. 참석 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