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신용평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분쟁이 벌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쟁의 격전지인 이라크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다수 건설사와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정유사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9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이 건설 및 정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리포트를 통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이라크 공사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라크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는 한화건설과 대우건설, 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GS건설(006360) 등이다. 이가운데 한화건설의 비스마야(Bismayah) 신도시사업이 가장 크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 25km 지점에 주택 10만호 및 기반시설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로 총 수주금액과 수주잔고는 각각 12조원, 7조7,000억원 규모다.
한신평은 이번 사태의 주요 위험지역인 이라크 수도 인근에 공사 현장이 위치함에 따라 추후 공사 중단 또는 지연이 예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공사 완료가 2023년으로 진행률이 50% 이하에 머물고 있어 향후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밖에 현대건설이 GS건설, SK건설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카르발라(Karbala) 정유공장은 공사가 70% 이상 진행된 상태다. 사업장 위치 역시 바그다드와 비교적 멀지만 이라크 내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지 인력 및 기자재 조달 차질, 공사 지연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 등이 예상된다. 추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모멘텀과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유산업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이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원유 도입 불확실성,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신평은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의 시차로 재고 이익 효과가 발생해 2020년 1분기 또는 상반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단기적인 시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금 부담, 원유 도입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현지 유전 공격 등으로 중동산 원유 조달이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사업안정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날 트럼프대통령이 이란의 확전 자제 메시지를 사실상 수락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것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그간 이해 당사국들의 정치적, 종교적 이해관계와 경제제재 등으로 누적된 중동 지역의 구조적 불안과 갈등 요인들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다”며 “외부여건 변화에 따른 공사 진행 상황과 유가, 석유제품 수요 변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