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이 열린 포항실내체육관에서 투자협약식을 끝낸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강덕(왼쪽부터)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연합뉴스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 중 가장 규모가 큰 투자이며 대기업으로서도 최초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신산업 ‘테스트베드’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규제자유특구에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배터리 리사이클링(재생)’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직접 포항을 방문해 GS건설과 경상북도·포항시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제조시설’ 투자협약을 축하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철강이 ‘산업의 쌀’이었다면,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쌀’이다”며 “2025년이면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GS건설은 앞으로 3년간 배터리 리사이클링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 포항 영일만 4산업단지 일대 11만9,008㎡부지 매입에 180억원을 쓰고 3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기계설비 구축에는 520억원이 투자된다. 사업 개시는 오는 2022년 10월이다. 이번 투자 협약은 국내 대형 건설사의 ‘사업 다각화’ 의미도 갖고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이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14년 2,946대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8만3,047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까지 44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그간 배터리 리사이클링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전기차 사용 이후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기준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산업법에도 자동차 부품 중 재(再)제조 품목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빠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경북 포항이 기존 법과 제도의 제약 없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실증을 할 수 있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사업이 가능해졌고 이번 GS건설의 투자로 열매를 맺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도 구축됐다. 중소기업(에코프로GEM 등)이 사용 후 배터리 수집, 해체, 광물질 분쇄 등 기초 작업을 실시하면 대기업(GS건설)이 중소기업들로부터 모아진 광물질(희토류) 분류 및 정제 작업을 실시하는 모델이다. 이는 다시 삼성SDI나 LG화학 등 배터리 재조사로 판매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에코프로지이엠은 GS건설과 협력해 니켈·코발트·망간 등 희귀금속을 추출해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며 ‘상생모델’로서의 이번 사업 의의를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이 열린 포항실내체육관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투자로 경북 규제자유특구는 이차전지 산업의 소재공급 ‘전진기지’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기업들의 기술력과 GS건설의 전폭 지원을 발판으로 2022년 이후부터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직간접 매출이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이차전지 소재시장의 5.7%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은 무너진 제조업의 기반을 포항 등 전략적 거점에서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경북을 포함한 14개 규제자유특구의 국내외 대규모 투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84개 규제특례가 허용된 14개 규제자유특구에서는 2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과 5,700명의 고용효과, 540곳의 기업유치 효과가 예상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구체적으로 강원(디지털헬스케어)을 비롯해 대구(스마트웰니스), 부산(블록체인), 세종(자율주행), 전남(e모빌리티) 등에서 각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부산에서는 빗썸코리아 자회사가 100억원 투자를 검토 중이며 원격의료기계 생산업체인 메쥬는 강원에서 벤처캐피털로부터 1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포항의 투자사례는 지역이 규제혁신으로 최적의 제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면 경제 활력의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도 “올해 3차 규제자유특구를 출범해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 제2벤처붐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곤·윤홍우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