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변수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낸데다 반도체 업황의 개선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들이 잇따르면서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등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비중이 큰 삼성그룹펀드는 고수익을 기록하며 투자자금이 다시 들어오는 모습이 나타난다.
◇역대 최고가 도달한 삼성전자…목표가도↑=9일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3.17% 오른 5만8,600원에 마감했다. 2017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5만7,520원을 2년여 만에 뛰어넘은 성적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올해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월 말에 발표될 서버 디램(DRAM) 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매달 1%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며 “낸드(NAND)의 경우 기업용 SSD(Enterprise SSD)의 교체주기 도래와 키옥시아(Kioxia) 공장 화재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인해 SSD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1·4분기에 15% 이상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일제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36조9,130억원으로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2020년 영업이익 예상치를 20.52% 증가한 44조4,910억원으로 수정하고, 기존 6만1,000원이었던 목표 주가를 7만1,000원으로 올렸다. 이베스트증권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40조7,980억원에서 42조2,120억원으로, 목표주가는 6만5,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본격적인 설비투자(CAPEX)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기존 NAND와 DRAM을 비롯해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예상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 중 메모리 업체들(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중장기 밸류에이션이 밴드 구간에 갇혀 있는 가운데, 결국 메모리 업종의 밸류에이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웃자 돈 몰리는 삼성그룹펀드=삼성전자에 긍정적 평가로 삼성그룹펀드도 화색이 돌고 있다. 한동안 설정액 유출이 뚜렷하게 나타나던 삼성그룹펀드에 투자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펀드들은 통상 삼성전자를 20% 내외로 편입해 펀드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4개의 삼성그룹펀드에는 최근 1개월간 345억원, 3개월간 166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삼성그룹펀드에서 약 1,500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한동안의 ‘환매 몸살’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그룹펀드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펀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향방에 민감하다”며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그룹펀드는 최근 1개월 5.75%, 3개월 9.54%의 성과를 냈는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5.72%, 7.22%의 성과를 웃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성과에는 삼성전자가 큰 기여를 했다”면서 “또 호텔신라·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주가 강세 역시 펀드의 수익률을 끌어올린 배경”이라고 했다.
/이완기·신한나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