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테크와 경계 사라져...완전한 디지털전환 서둘러야 [CES 2020]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CES는 향후 10년간의 메가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전시회로 업권을 망라하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글로벌 최대 행사가 됐다. ‘데이터의 시대를 향해(Into the Data Ag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CES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미래형 교통 시스템, 첨단 헬스케어 기술, 재난대응 기술, 로봇 기술 등 크게 여섯 가지 첨단 기술이 주로 소개됐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부터 CES에 디지털 금융 분야 세션인 ‘디지털 머니’가 신설되고 올해 124개의 핀테크 업체가 참석할 정도로 금융 세션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산업의 트렌드가 금융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CES를 관통하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새로운 고객경험의 혁신 △혁신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기술의 진화 △혁신의 방법으로서 업의 경계를 없애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다.

AI와 빅데이터, 5G, IoT를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들은 개인화되고 온·오프라인에 걸쳐 분절 없이 연결되는(seamless)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선보인 AI 기반의 가상비서 서비스부터 LG 및 글로벌 가전 기업들의 스마트가전 등을 통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향후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할 것인지를 보여줬다.

특히 이번 CES 2020에서는 AI가 모든 기술과 산업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기술이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CES를 주최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내세운 ‘AI를 우리의 일상으로(AI in everyday life)’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 격전장인 CES에서도 AI는 어디에나 있었다. 스마트헬스·스마트슬립·스마트뷰티 등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이를 집이나 자동차에 구현한 스마트홈·스마트카, 나아가 스마트시티까지, ‘개인화 도시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기업들이 보여준 혁신의 방법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새로운 개념의 고객경험 제공을 위해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손잡고 미래형 교통수단인 플라잉카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카이저퍼머넌트사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심장질환 재활 프로그램 ‘하트와이즈(HeartWise)’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이업종 간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혁신의 방법론을 택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업권을 넘나드는 새로운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금융권에도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도 AI 전문 자회사인 신한AI를 설립, 글로벌 AI 선도기업과 협업하며 금융업에서의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I가 이종산업 간의 데이터 결합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는 만큼 AI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는 모든 기업이 마땅히 가져야 할 무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의 인공인간 네온(NEON).

보이스뱅킹으로 은행 영업채널 변화




5G를 기반으로 한 AI와 빅데이터·IoT 기술의 구현은 당장 은행의 영업점 채널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기반의 인공인간 네온(NEON)은 향후 은행 영업점에서 금융상담을 맡는 상담원을 AI 기반의 가상비서가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에코 등 미국 내 스마트스피커 보유 비중이 41%까지 증가했다는 점은 음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이 우리의 일상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와 함께 보이스뱅킹도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걸음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보이스뱅킹의 경우 IoT의 발전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인증 및 결제 수단이 될 것이고 모바일을 넘어 홈과 자율주행차에서도 ‘보이스 퍼스트(voice first)’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서비스 진화 이끌 디지털 헬스케어



이번 CES에서 가장 금융사들의 관심을 끈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적극적으로 헬스케어를 소비하고 개인화된 케어를 원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 발병 후 재무적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사전 관리 중심의 능동적 서비스로 전환할 기회가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기반의 ‘헬스·라이프케어’ 비즈니스를 선보였는데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관심을 두고 역량을 키워야 할 분야로 보인다.

‘N26’ ‘레볼루트’ 등 유럽 챌린저뱅크 관계자들이 ‘디지털 뱅킹 혁명(digital revolution in banking)’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빅데이터 코칭…금융도 구독경제 눈앞



이번 CES의 금융 세션에서 가장 화제를 끌었던 부분은 ‘N26’ ‘레볼루트’와 같은 글로벌 선도 챌린저뱅크의 대담 ‘디지털 뱅킹 혁명(digital revolution in banking)’이었다. 5G를 기반으로 한 AI·빅데이터 기술로 금융사는 고객의 재무 니즈를 적시에 파악하고 개인화된 금융 코칭을 제공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자산 증식은 더뎌 은퇴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솔루션으로는 장단기 목표에 맞는 완벽한 재무관리를 하는 것인데 향후 마이데이터와 결합, 대출 및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의 사업모델도 개별 상품에 대한 판매수수료 모델이 아닌 넷플릭스처럼 정기구독 형태로 발전될 것이다.

이제는 금융회사가 변화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소니가 자동차를 만들고 현대차가 우버와 함께 플라잉카를 개발하며 도요타가 미래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전통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CES에 참여하며 업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이는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다. 빅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고객 접점을 상실하고 자칫 상품의 제조자로 그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금융사도 이업종의 플랫폼과 결합해야 한다. 기존 금융 서비스와는 다른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고객경험을 비롯한 금융 서비스의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이제는 정말로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CES 2020’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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