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KOTRA는 지난 1962년 설립 이후 약 60년간 호봉제(1~40호봉)를 유지해왔다. 단순히 오래 다녔다고 해서 높은 월급을 받는 호봉제의 특성상 병폐도 불거졌다. 특히 성과를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목소리가 컸다.
KOTRA가 도입한 신급여 시스템의 핵심은 ‘더 일하고 많이 받거나 덜 일하고 적게 받는 시스템’이다. 기존 호봉제에서는 일거리가 적은 ‘한직’도 호봉이 쌓여 높은 월급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업무의 난이도와 중요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획예산, 사업담당, 실무추진, 조직적응 등 총 4개 등급으로 나눴다.
그리고 동일 역할 등급 내에서는 연차에 따른 숙련도를 인정하되 승급단계를 기존 40단계에서 16단계로 축소해 연공성을 대폭 완화했다.
총 급여의 25%를 차지하는 성과급은 높은 역할 등급일 수록 성과급 차등이 확대되도록 조정했다. 간부는 최대 2배, 직원은 1.1~1.3배 월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KOTRA가 직무급제를 전격 도입한 배경에는 ‘사업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제대로 도우려면 그에 걸맞은 성과보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직장생활의 중요한 가치로 꼽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직무급제 도입에 도움이 됐다”며 “돈을 더 받으면서 일이 많은 핵심보직에서 일할지, 돈을 덜 받으면서 다소 편한 일을 할지를 각자 성향에 맞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KOTRA에서 시작된 호봉제 폐지가 공공기관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OTRA가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은 1,000명이 넘는 대형 공공기관 중 최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최초, 설립한 지 40년 넘은 전통의 공공기관 중 최초다. 앞으로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고 보는 이유다.
지난해 직무급제를 도입한 4개 공공기관은 임직원 규모(새만금개발공사 77명)가 작거나 설립(산림복지진흥원 2016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호봉에 따른 임금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공기관 사이에 파장이 그리 크지 않았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올해 10여곳이 추가로 직무급제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40여개 기관이 직무급제 도입의 첫 단계인 직무평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전력 등 대형 공공기관 노조가 한국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상급단체와 손발을 맞춰 직무급제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는 곳들도 여전히 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