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위해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란과 대치 격화로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북한 문제는 ‘상황 관리’ 하에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또 폼페이오 미 국무 장관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 관계가 교착 상황이긴 하나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 실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메시지는 김 위원장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됐다. 이 메시지 안에는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무 협상 보다는 정상 간 대화를 중시하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일 수 도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여전히 우리 정부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에게 직접 파병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중동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것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신중론을 고수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해부대를 활용한 ‘우회 파병’을 제안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직접적 파병’보다는 소말리아 아덴만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확대하는 방식의 우회 파병을 통해 외교적 마찰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해부대의 활동 안에 ‘우리 국민 안전 보호’도 들어있다”고 말하며 청해부대를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당연히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하겠지만 이라크에 우리 국민이 1,600명, 이란에 290명 있고 이 가운데 테헤란에만 240명이 있다”며 서 “정부의 결정이 영향을 끼치는 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아닌,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자체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청해부대를 통한 우회 파병 문제를 놓고도 국회의 이견이 감지되며 논란이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청해부대 파병 연장안을 가결한 것은 해적 퇴치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번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해적 퇴치용이 아닌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 없이는 안된다”고 말했다. /양지윤·박우인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