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가정주부 김모씨는 호기심에 신용등급을 조회해봤다가 낙담했다. 5등급이 나와 만약 대출을 받을 일이 생길 경우 많은 이자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기적인 수입은 없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대출을 받은 적이 없고 휴대폰요금·카드값·보험료 등을 연체한 적도 없는데 신용등급이 왜 이렇게 낮은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는 김씨와 같은 사람의 신용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된 덕분이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주부·학생 등에게는 중간 수준의 신용등급이 매겨지는데 앞으로는 통신비, 전기·가스·수도요금 등의 납부 내역 등도 등급에 반영되는 길이 열려 연체 기록이 없으면 신용도가 올라간다.
구체적으로 현재 신용조회업(CB)으로만 돼 있던 법상 업종 구분에 ‘비금융정보 전문 CB’가 추가됐다. 앞으로 비금융정보 CB가 주부의 신용도를 보다 높게 매길 것이고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물론 지금도 토스의 신용도 올리기 서비스를 통해 가능은 하지만 단편적인 점수 올리기에 그쳤는데 앞으로는 본격화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100만명의 청년·주부 등의 신용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660만명의 자영업자 역시 법 개정으로 신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봤다. 법상 ‘개인사업자 CB’ 업종을 추가했고 카드사도 해당 업을 영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줄 때 개인 신용도를 주로 봤고 매출이 많은 자영업자에게는 금리 할인혜택을 줬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미래에는 예컨대 카드사의 ‘00치킨’ 시기별 결제 규모를 다른 치킨집과 비교해 우량하다고 판단되면 ‘00치킨’ 사장님의 신용도가 올라간다.
아울러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의 경우 CB사가 인터넷상의 업체 리뷰 등도 운영자 신용도에 반영해 평가 정확도가 높아진다. 비슷한 지역에서 유사한 업종을 먼저 창업한 사람의 대출정보도 자영업자가 접할 수 있어 불필요하게 무리한 대출을 받는 비효율도 막을 수 있다.
내가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사는지 등의 개인정보를 업체에 제공하고 돈을 받는 서비스도 확산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설립된 데이터쿱(Datacoup)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정보와 신용·체크카드 정보 등을 제공하는 개인에게 매달 8달러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스·카카오뱅크가 개인정보 제공 시 리워드를 주고 네이버는 영수증 리뷰를 하면 실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는데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며 관련 서비스가 크게 늘어나 가정경제에 쏠쏠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도 고도화된다. 뱅크샐러드는 은행 계좌, 카드, 보험 등을 연동하면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있지만 아직 신용카드 추천 등에만 특화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활용의 길이 넓어져 ‘나만의 금융 집사’가 내 휴대폰 안에 들어오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뱅크샐러드의 기업가치가 이번 법 개정으로 30~40%는 뛸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뱅크샐러드 유사업체도 늘어나며 기존 금융사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클릭 몇 번만 하면 혜택이 가장 많은 금융상품을 확인할 수 있어 금융사는 최고의 상품을 내놓아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개인 신용도를 관리해주는 업체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고객의 금융 이력에 맞는 적정 금리를 산출해 고객을 대신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식이다. 또 신용카드 결제일에 돈이 부족할 경우 리볼빙, 보험약관대출, 투자상품 처분의 선택지 중 어떤 것이 유리한지 정보를 제공해주는 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도 예외가 아니다.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업 관련 데이터와 종합주가지수를 연결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개발될 수 있다. 보험사는 자동차 회사가 각자 보유한 정보를 ‘데이터거래소(1·4분기 중 출범)’에서 구입한 후 경쟁력 있는 보험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시행령 개정 작업을 하고 있어 이르면 하반기부터 혁신금융 서비스가 대거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에게는 신세계가 열리지만 우려되는 점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다. 금융위는 “법에 가명정보의 고의적 재식별 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전체 매출액의 3%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강력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시행령 개정 작업을 통해 데이터의 효율적 활용과 정보 보호 내실화도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